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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경제민주화 80점’ 자화자찬…시민 78% “진전 안돼”

등록 2016-01-25 20:01수정 2016-01-25 20:48

국정과제 조목조목 따져보니…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경제민주화 성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면 바로 해명하는 식이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의 실천’이라며 ‘철저한 실천으로 이룬 성과’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 주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달 들어만 세 차례 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 설명에도 시민단체들은 경제민주화의 성과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입법 과제 20개 가운데 13개 완료”
정부, 총선 앞두고 적극 홍보·해명

재벌 사익 규제 장치 만들었지만
예외조항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
기대 모은 ‘신규순환출자 금지’
출자고리 해소에 큰 효력 없어
전자투표 등 남은 과제 의지 부족
경제개혁연 “공약 실효성 49% 불과”

25일 청와대와 공정위의 경제민주화 관련 발표를 살펴보면, 입법과제 20개 가운데 13개가 완료됐고, 나머지도 경제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입법을 추진하는 등 성과가 많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경제민주화 성적이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 제정이 끝난 국정과제 상당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나 회사기회 유용 등을 막기 위한 규제를 공정거래법(제3장)에 신설하고, 사전 차단을 위해 비상장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내부거래 비중 추이 등을 분기별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제정된 법은 거래 금액이 거래 상대방 매출 총액의 12% 미만이고 200억원 미만인 경우나 ‘효율성·보안성·긴급성’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공시 역시 분기별에서 연도별로 후퇴했다.

정부가 자랑한 신규순환출자 금지도 새로 형성되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직접 해소하지 않고 다른 고리를 끊어도 해소된 것으로 보고 해외 계열사를 통한 신규순환출자도 가능해 실효성을 의심받는다. 여기에 징벌적(3배)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도 애초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을 어기면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하도급법의 일부인 ‘부당 단가인하·발주취소·반품’ 등에만 가능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아닌 ‘최대주주 가운데 최다출자자 1인’으로 한정하는 등 한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남은 과제 상당수에 대해 정부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재벌 지배구조를 개선하려고 약속한 감사위원과 사외이사 분리선출이나 집중·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은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애초 2013년 법무부가 정부안을 마련했다가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뒤 “여전히 의견 수렴 중”인 상황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도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다.

국민들 역시 경제민주화에 대한 체감도 하지 못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서 78.4%가 “19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답하고, 그 책임이 ‘정부’(43.2%) ‘야당’(21.9%) ‘여당’(15.1%) 등의 순서로 있다고 한 것은 정부의 ‘자화자찬’과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한 현대차그룹의 한전 터 고가 매입,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땅콩회항’, 삼성물산 합병의 불공정 논란,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 등 재벌의 전횡이나 지배구조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도 이렇다 할 정부의 대책은 찾기 힘들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일부 성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시장 기능 정상화를 위한 집중·전자투표제 도입이나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등과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절반의 성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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