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10년 배 타다 법학자 변신한 ‘김 선장’ “해양강국 되려면 해사법원 설치를”

등록 2015-12-21 20:05수정 2015-12-21 20:41

[경제와 사람]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
김인현 교수. 사진 김인현 교수 제공
김인현 교수. 사진 김인현 교수 제공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김 선장’으로 불린다. 그의 명함에도 교수라는 직함 옆에 선장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다.

“법학자가 되기 전 항해사, 선장으로 일했어요. 선장 면허는 때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아직 유효한 면허를 갖고 있기도 해요.”

화물선 선장 시절 암초만나 난파
소송 겪으며 해상법 공부 결심
김앤장에서 일하다 대학으로

한국 해상법 국제 신뢰 못받아
소송 해외서 벌어지고 비용 유출
해사 중재기관·전문법원 절실
세월호 같은 사고대처 상설법 필요

‘선장 출신 법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김 교수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일본 해운사인 산코라인에서 항해사와 선장으로 10년 가까이 일했다. 경북 영덕 출신으로 수산업을 하던 조부와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바다 일을 찾게 됐다는 그가 법학자로 삶의 궤도를 튼 건 1991년이다. 3만t급 화물선의 선장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화물을 싣고 오스트레일리아 남서부의 에스퍼런스항에 입항하던 중 해도에 기재되지 않은 암초를 만나 배가 난파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물을 모두 잃었다. 화주가 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그는 보름간 오스트레일리아 법정에 섰다.

“재판을 받으면서 보니 영국의 선원이나 선장 출신 전문가들이 굉장한 신뢰를 받으며 변호사들을 돕고 있더군요. 저도 해상법을 공부해두는 게 쓸모가 있겠다 싶었죠.”

한국에 돌아온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공부해 법학도가 됐다. 고대 법학석사를 마칠 무렵이던 1995년,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태풍을 피하다 좌초한 사건이 터졌다. 바다와 법을 잘 아는 전문가를 찾던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제안으로 10년간 각종 해난사고 소송에 전문가로 참여했다. 실제 배를 탄 경험은 해사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은 학교에 해상법연구센터를 만들고, 우리나라 해상법 판례를 외국에 소개하는 등 해상법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는 한국선주협회, 한국해법학회 등과 함께 해사법원 설치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사사건을 전담하는 법원이 없어요. 일부 지방법원에 해사소송을 전담하는 재판부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외국의 중재기관이나 법원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죠.”

현재 해상관련 소송은 서울지방법원 국제거래전담부, 부산지법 해사사건 전담부 등에서 맡고 있다. 전문 법원도 없고, 해상법도 국제적인 신뢰를 쌓지 못하다 보니 우리나라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도 영국해상보험법을 기준으로 해결하는 것이 관행이다. 해상법 전문가도 전담판사가 27명, 변호사는 70여명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해운업은 국가간 비즈니스예요. 해운강국인 중국과 싱가포르 등은 해사분쟁에 관한 사법부의 전문성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상법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외국에서 주로 소송을 하죠. 이렇게 국외로 유출되는 법률비용만 연간 3천억원에 이를 정도예요. 우리도 해양강국에 걸맞은 해사중재기관이나 전문법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해상법 연구도 시급하다. 김 교수는 세월호와 같은 해상사고가 났을 때 곧바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보상과 사고 조사를 할 수 있는 상설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월호나 태안 기름유출 사건인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 등 해상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있어요. 그러나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회적인 낭비와 분열이 있습니까. 대형 해상사고 시 바로 작동되는 특별보상규정을 해사안전법 등에 추가해 소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규정에 따라 사고 후 국가가 즉각 피해자에게 먼저 보상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서 11.7원 더 하락 1440원에 마감 1.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서 11.7원 더 하락 1440원에 마감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2.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노인 기준 65살→70살로 높이면 기초연금 연 6.8조원 절감 3.

노인 기준 65살→70살로 높이면 기초연금 연 6.8조원 절감

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명령 100건 나온다…환율이 여기에 달렸다 4.

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명령 100건 나온다…환율이 여기에 달렸다

바뀌는 청약·공급 제도…무주택자 ‘이것’부터 챙겨야 5.

바뀌는 청약·공급 제도…무주택자 ‘이것’부터 챙겨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