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초대형 국적 유조선(26만톤급) 이름은 ‘한국의 태양’이란 뜻을 담은 ‘코리아 선’(Korea Sun)이었다. 우리 해운업이 조선업과 아울러 태생부터 ‘수출 코리아’의 첨병이자 국가 주력산업이었음을 시사한다.
국내 해운업, 조선업 지원 위해 출범
계약파기로 안 팔린 유조선 떠안자
고 정주영 회장 해운사 창업 결정
70년대 닻 올려 ‘수출코리아’ 순항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교역 급감
운임지수 반년 만에 20분의1로 추락
유동성 위기 선박자산 팔아 해결
글로벌 경쟁사는 값 떨어진 배 매입
내실 다지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 우리 해운업 외형은 주력 수출산업
연간 300억달러로 수출기여 6위
내실은 ‘빅2’ 부채비율 700~800% 배 팔아 재무구조 개선 급급하지만
경쟁력 하락으로 적자개선 요원
정부 산업정책 실종된 채 발만 ‘동동’ 이 배는 원래 이름이 ‘바로니스’호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조선중공업(현대중공업의 전신)을 설립한 뒤 처음 수주했던 그리스 선주의 선박 2척 가운데 하나다. 정 명예회장은 영국의 은행을 찾아가 지도와 울산 앞바다 사진,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고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이니 돈을 빌려주면 몇 배로 갚겠다”며 건립자금을 빌려와 조선소를 지었다. 바로니스호는 그렇게 지은 울산 조선소의 첫 작품이다. 그러나 그리스 선주는 발주 선박 가운데 한 척만 인도해 가고 바로니스호는 설계 불이행을 이유로 가져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조선중공업은 또 다른 발주사인 홍콩 선사가 부도가 나서 기껏 건조한 초대형 유조선 2척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그렇게 주인을 못 찾고 바다에 떠 있던 총 3척의 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은 해운업에 진출한다. 현대상선의 전신인 아세아해운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름이 ‘코리아 선’으로 바뀐 바로니스호는 1976년 울산항에서 중동으로 원유 수송을 위한 첫 항해를 떠났다. ‘코리아 선’ 이후 국내 해운사들의 배는 수년간 드넓은 바다를 누볐다. 수출입 화물의 99.7%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우리 기업뿐 아니라 다른 국가 기업들의 교역을 이으며 석탄·목재·자동차·원유 등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이에 따라 국외 매출만 해마다 300여억달러에 이르렀고, 세계 5위의 해운국으로 성장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상운송서비스 수출액은 346억달러로, 해운업은 반도체·자동차 등에 이어 수출 기여도가 6위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국적 해운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 속에 내실이 곪아가고 있다. 한때 글로벌 해운사 적재능력 순위 10위 안에 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현재 각각 9위와 16위로 추락했다. 최근엔 정부 주도의 업계 구조조정까지 거론되면서 해운업은 조선업과 더불어 급격히 얼어붙은 상태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해운 시황은 6년여간 장기 호황 국면에 있었다. 운임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배를 많이 가진 이가 돈을 벌었다. 위기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전후로 찾아왔다. 금융위기의 발발과 동시에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당연히 운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2008년 5월23일 1만1677포인트의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같은 해 12월5일에 678포인트로 급락했다. 벌크선 운임지수는 영국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가 산출하는 종합 운송지수로, 지수 추락은 운임 수준이 반년 만에 20분의 1로 추락했음을 알려준다. 위기 이후 해운시황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우리 국적 선사들의 영업 현금흐름은 급격히 악화했다. 한국선주협회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퇴출과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현재까지 80여곳에 이른다.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기업회생절차 끝에 각각 에스엠(SM)그룹과 하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런 쇠락이 금융위기 같은 외부 요인에서만 비롯한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의 미숙한 경영 전략과 정부 당국의 정책 부재도 한몫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엔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이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영업이익 절반 수준일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며 “금융위기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자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돈벌이가 잘되던 초대형 선박 등을 내다 팔았고, 결과적으로 비싼 용선료를 내고 국외 선주들에게 장기간 배를 빌리게 되면서 부실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관계자 역시 “글로벌 선사들이 어려운 시기에도 좋은 가격에 배를 확보해 둔 것과 달리 국적 선사들은 시황에 따른 선박 전략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정부의 무관심 속에 금융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형 선박을 늘리고 동맹(얼라이언스)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해운사 간 동맹은 배를 공유하거나 연합해 항만 이용료를 깎는 등 방식으로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다. 2008년 당시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1위 업체 머스크는 선박 가격이 정점에 오르기 전에 20~30% 저렴한 값으로 효율성이 좋은 친환경 대형선박(에코십)을 확보했다. 이어 머스크는 세계 2위인 스위스 엠에스시(MSC)와 지난해 ‘2엠(M)’이란 동맹을 맺어 시장지배력을 확대했다. 프랑스 시엠에이-시지엠(CMA-CGM)은 중국 시에스시엘(CSCL), 범아랍권 해운사인 유에이에스시(UASC)와 손잡고 ‘오션(O)3’를 만드는 등 현재 해운업은 4개의 동맹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세계 교역의 둔화로 해운업황은 언제 개선될지 모른다. 벌크선 운임지수는 지난달 20일 49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수 측정이 시작된 1984년 이후 처음이다. 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연일 역대 최저치를 쓰고 있다. 불황기를 잘 버텼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침체가 장기화하자 생존전략으로 인수합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지윤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선사들의 합병은 화주와의 운임협상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중복 기능의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선사들이 경쟁력을 높여가는 동안 우리 대표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에 매달려 별다른 전략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양사는 그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선박과 터미널 등의 자산을 매각했으나 적자 심화로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752%, 현대상선은 878%다. 산업은행은 현재 현대상선에 더 강도 높은 자구안을, 한진해운에는 내년 사업계획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부채가 많고 영업이익이 안 나면 금융 채무를 탕감해 봐야 계속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며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올 연말까지 해운업계 구조조정안을 내놓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해운산업 재편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껏 얘기된 거라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현대상선 매각’ 등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의 ‘제2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철강·석유화학·건설·해운 등 4개 경기 취약 업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구조조정 방향을 내놨다. 해운업에 대해선 “시장원리에 따른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원양선사는 근본적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두 회사의 처분을 다시 산업은행에 떠넘겼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자구 노력이 한계에 이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가 해운업을 살릴 의지가 있는 거냐”며 속이 탄다. 선주협회는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국가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게 해운업”이라며 “시황 개선을 대비해 정부와 금융권이 자금 회수에만 급급하지 말고 선박금융 지원 정책을 함께 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컨테이너선 선박 발주를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46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한개를 일컫는 단위)급 컨테이너선 한진 인디고·스칼렛·화이트가 마지막 배였다. 이 3척의 배는 부산과 광양에서 대만·싱가포르·인도 등에 투입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의 발주가 마지막이었다. 배의 이름은 현대 꿈(Hyundai Dream)·희망(Hope)·드라이브(Drive)·승리(Victory)·자부심(Pride)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계약파기로 안 팔린 유조선 떠안자
고 정주영 회장 해운사 창업 결정
70년대 닻 올려 ‘수출코리아’ 순항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교역 급감
운임지수 반년 만에 20분의1로 추락
유동성 위기 선박자산 팔아 해결
글로벌 경쟁사는 값 떨어진 배 매입
내실 다지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 우리 해운업 외형은 주력 수출산업
연간 300억달러로 수출기여 6위
내실은 ‘빅2’ 부채비율 700~800% 배 팔아 재무구조 개선 급급하지만
경쟁력 하락으로 적자개선 요원
정부 산업정책 실종된 채 발만 ‘동동’ 이 배는 원래 이름이 ‘바로니스’호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조선중공업(현대중공업의 전신)을 설립한 뒤 처음 수주했던 그리스 선주의 선박 2척 가운데 하나다. 정 명예회장은 영국의 은행을 찾아가 지도와 울산 앞바다 사진,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고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이니 돈을 빌려주면 몇 배로 갚겠다”며 건립자금을 빌려와 조선소를 지었다. 바로니스호는 그렇게 지은 울산 조선소의 첫 작품이다. 그러나 그리스 선주는 발주 선박 가운데 한 척만 인도해 가고 바로니스호는 설계 불이행을 이유로 가져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조선중공업은 또 다른 발주사인 홍콩 선사가 부도가 나서 기껏 건조한 초대형 유조선 2척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그렇게 주인을 못 찾고 바다에 떠 있던 총 3척의 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은 해운업에 진출한다. 현대상선의 전신인 아세아해운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름이 ‘코리아 선’으로 바뀐 바로니스호는 1976년 울산항에서 중동으로 원유 수송을 위한 첫 항해를 떠났다. ‘코리아 선’ 이후 국내 해운사들의 배는 수년간 드넓은 바다를 누볐다. 수출입 화물의 99.7%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우리 기업뿐 아니라 다른 국가 기업들의 교역을 이으며 석탄·목재·자동차·원유 등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이에 따라 국외 매출만 해마다 300여억달러에 이르렀고, 세계 5위의 해운국으로 성장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상운송서비스 수출액은 346억달러로, 해운업은 반도체·자동차 등에 이어 수출 기여도가 6위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국적 해운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 속에 내실이 곪아가고 있다. 한때 글로벌 해운사 적재능력 순위 10위 안에 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현재 각각 9위와 16위로 추락했다. 최근엔 정부 주도의 업계 구조조정까지 거론되면서 해운업은 조선업과 더불어 급격히 얼어붙은 상태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해운 시황은 6년여간 장기 호황 국면에 있었다. 운임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배를 많이 가진 이가 돈을 벌었다. 위기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전후로 찾아왔다. 금융위기의 발발과 동시에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당연히 운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2008년 5월23일 1만1677포인트의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같은 해 12월5일에 678포인트로 급락했다. 벌크선 운임지수는 영국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가 산출하는 종합 운송지수로, 지수 추락은 운임 수준이 반년 만에 20분의 1로 추락했음을 알려준다. 위기 이후 해운시황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우리 국적 선사들의 영업 현금흐름은 급격히 악화했다. 한국선주협회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퇴출과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현재까지 80여곳에 이른다.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기업회생절차 끝에 각각 에스엠(SM)그룹과 하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런 쇠락이 금융위기 같은 외부 요인에서만 비롯한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의 미숙한 경영 전략과 정부 당국의 정책 부재도 한몫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엔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이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영업이익 절반 수준일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며 “금융위기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자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돈벌이가 잘되던 초대형 선박 등을 내다 팔았고, 결과적으로 비싼 용선료를 내고 국외 선주들에게 장기간 배를 빌리게 되면서 부실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관계자 역시 “글로벌 선사들이 어려운 시기에도 좋은 가격에 배를 확보해 둔 것과 달리 국적 선사들은 시황에 따른 선박 전략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정부의 무관심 속에 금융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형 선박을 늘리고 동맹(얼라이언스)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해운사 간 동맹은 배를 공유하거나 연합해 항만 이용료를 깎는 등 방식으로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다. 2008년 당시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1위 업체 머스크는 선박 가격이 정점에 오르기 전에 20~30% 저렴한 값으로 효율성이 좋은 친환경 대형선박(에코십)을 확보했다. 이어 머스크는 세계 2위인 스위스 엠에스시(MSC)와 지난해 ‘2엠(M)’이란 동맹을 맺어 시장지배력을 확대했다. 프랑스 시엠에이-시지엠(CMA-CGM)은 중국 시에스시엘(CSCL), 범아랍권 해운사인 유에이에스시(UASC)와 손잡고 ‘오션(O)3’를 만드는 등 현재 해운업은 4개의 동맹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세계 교역의 둔화로 해운업황은 언제 개선될지 모른다. 벌크선 운임지수는 지난달 20일 49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수 측정이 시작된 1984년 이후 처음이다. 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연일 역대 최저치를 쓰고 있다. 불황기를 잘 버텼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침체가 장기화하자 생존전략으로 인수합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지윤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선사들의 합병은 화주와의 운임협상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중복 기능의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선사들이 경쟁력을 높여가는 동안 우리 대표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에 매달려 별다른 전략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양사는 그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선박과 터미널 등의 자산을 매각했으나 적자 심화로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752%, 현대상선은 878%다. 산업은행은 현재 현대상선에 더 강도 높은 자구안을, 한진해운에는 내년 사업계획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부채가 많고 영업이익이 안 나면 금융 채무를 탕감해 봐야 계속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며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올 연말까지 해운업계 구조조정안을 내놓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해운산업 재편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껏 얘기된 거라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현대상선 매각’ 등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의 ‘제2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철강·석유화학·건설·해운 등 4개 경기 취약 업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구조조정 방향을 내놨다. 해운업에 대해선 “시장원리에 따른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원양선사는 근본적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두 회사의 처분을 다시 산업은행에 떠넘겼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자구 노력이 한계에 이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가 해운업을 살릴 의지가 있는 거냐”며 속이 탄다. 선주협회는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국가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게 해운업”이라며 “시황 개선을 대비해 정부와 금융권이 자금 회수에만 급급하지 말고 선박금융 지원 정책을 함께 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컨테이너선 선박 발주를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46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한개를 일컫는 단위)급 컨테이너선 한진 인디고·스칼렛·화이트가 마지막 배였다. 이 3척의 배는 부산과 광양에서 대만·싱가포르·인도 등에 투입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의 발주가 마지막이었다. 배의 이름은 현대 꿈(Hyundai Dream)·희망(Hope)·드라이브(Drive)·승리(Victory)·자부심(Pride)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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