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1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의 한 사옥으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삼성은 이날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고동진 삼성전자 부사장을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선임했다. 연합뉴스
1일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을 계획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또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으로 이동하는 이서현 삼성물산·제일기획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이재용 체제’에서도 삼성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등기이사를 맡을 것인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이서현 사장 역시 제일기획에서 손을 떼고 패션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지만 등기이사를 맡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서현 사장 모두 경영권은 행사하지만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자리에 있거나 있을 예정이다. 지난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새로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립해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웠지만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 측면에선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 가운데 등기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지위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처럼 미래전략실이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승진자도 많았다. 법무팀장 성열우 부사장과 인사지원팀장 정현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체 사장 승진자 6명 가운데 2명이 미래전략실에서 나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상장회사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장단 인사가 있었지만 의사결정을 내린 곳은 법적 권한이 없고 책임을 지지 않는 미래전략실이다. 사업구조 측면에서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라는 틀 속에서 뚜렷한 변화가 있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변화가 없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