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문가 김형준 교수
인터뷰 l 반도체전문가 김형준 교수
“삼성전자가 연구·개발에 소극적으로 투자하는 대신에 외부에서 기술을 사오면 된다는 식의 발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서울대 김형준 교수(재료공학)는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전문 연구인력이나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모습을 비판했다. 그는 26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수·합병(M&A)으로 기술을 가져오려고 하는 것은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 성곽을 짓는 것”이라며 “기술을 가져와도 이를 구현하고 발전시키는 데 국내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꾸준히 배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 등 연구인력·비용 감축 비판
“M&A로 기술인수하는 건 사상누각
원천기술 연구 지속적으로 더 해야
미·중 기업 메모리기술 바짝 쫓아와
한국, 시스템반도체로 미래 준비를” 최근 삼성전자는 ‘인력 재배치’라는 명목으로 장기 과제를 연구하는 종합기술원과 디엠시(DMC)연구 인력을 현업에 재배치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며 선행 연구를 하는 대신에 당장 실효성 있는 연구에 집중하는 움직임이다. 동시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등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70%나 차지하며 세계 1위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원천기술에 대한 지속적 연구 투자는 더 절실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원천기술 대신에 남의 기술을 개선하는 연구를 해왔다”며 “이젠 맨 앞에 있는 만큼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비엠(IBM)이나 인텔 등도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인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서 “지난 4~5년간 우리 반도체회사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렸는데도 차세대 연구부문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기술 추격을 가속화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미국 인텔은 중국 다롄의 자사 공장을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공장으로 바꾸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반도체 업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고, 최근엔 에스케이하이닉스에 지분투자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중국 업체들과 5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지만 중국의 자본과 인력은 우리보다 우위다”라며 “이미 엘이디(LED)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가 사라졌지만 반도체 우위를 유지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나가거나 최소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등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며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과감한 기술투자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20%라면, 기술투자 수요가 더 큰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은 80%에 이른다. 아울러 우리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이 신규라인 설립에 투자하는 15조~16조원 가운데 상당 금액은 국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마땅한 국내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묶여 한 기업에 납품하면 다른 기업에는 납품할 수가 없다 보니 성장하기 어렵다”면서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50%에도 못 미쳐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에서 큰 몫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 등 외국 업체들이 가져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비롯해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학회장, 한국반도체 산업발전위 공동의장을 역임하는 등 반도체 전문가로 통한다. 최근에는 서울대 공과대 교수 25명과 함께 <축적의 시간: Made in Korea,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를 펴내 한국 제조업체의 위기와 미래를 진단했다. 글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M&A로 기술인수하는 건 사상누각
원천기술 연구 지속적으로 더 해야
미·중 기업 메모리기술 바짝 쫓아와
한국, 시스템반도체로 미래 준비를” 최근 삼성전자는 ‘인력 재배치’라는 명목으로 장기 과제를 연구하는 종합기술원과 디엠시(DMC)연구 인력을 현업에 재배치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며 선행 연구를 하는 대신에 당장 실효성 있는 연구에 집중하는 움직임이다. 동시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등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70%나 차지하며 세계 1위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원천기술에 대한 지속적 연구 투자는 더 절실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원천기술 대신에 남의 기술을 개선하는 연구를 해왔다”며 “이젠 맨 앞에 있는 만큼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비엠(IBM)이나 인텔 등도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인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서 “지난 4~5년간 우리 반도체회사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렸는데도 차세대 연구부문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기술 추격을 가속화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미국 인텔은 중국 다롄의 자사 공장을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공장으로 바꾸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반도체 업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고, 최근엔 에스케이하이닉스에 지분투자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중국 업체들과 5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지만 중국의 자본과 인력은 우리보다 우위다”라며 “이미 엘이디(LED)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가 사라졌지만 반도체 우위를 유지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나가거나 최소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등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며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과감한 기술투자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20%라면, 기술투자 수요가 더 큰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은 80%에 이른다. 아울러 우리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이 신규라인 설립에 투자하는 15조~16조원 가운데 상당 금액은 국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마땅한 국내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묶여 한 기업에 납품하면 다른 기업에는 납품할 수가 없다 보니 성장하기 어렵다”면서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50%에도 못 미쳐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에서 큰 몫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 등 외국 업체들이 가져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비롯해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학회장, 한국반도체 산업발전위 공동의장을 역임하는 등 반도체 전문가로 통한다. 최근에는 서울대 공과대 교수 25명과 함께 <축적의 시간: Made in Korea,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를 펴내 한국 제조업체의 위기와 미래를 진단했다. 글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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