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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차이나 머니’ 미 중서부 고급주택까지 사냥

등록 2015-11-29 20:00수정 2015-11-29 20:56

‘중국 돈다발’ 미국 시골까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북서쪽으로 35마일(56㎞) 정도 떨어진 ‘캐니언 레이크 랜치’는 기업 휴양지이자 카우보이 쇼가 펼쳐졌던 108에이커(0.43㎢·13만2000평)의 거대한 목장이었지만, 이제 곧 중국 구매자들을 위한 호화 주택이 들어서게 된다. 중국 사업가인 장롱이 이 목장을 사들여 99개의 소형 맨션들을 건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28일 중국인들이 그동안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의 상업용 빌딩이나 호화 아파트 위주로 부동산을 구매하던 흐름을 넘어, 중서부 지역의 호화주택 구입으로 부동산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주식시장 붕괴 등에 따른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중국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금 도피, 자녀 교육, 영주권 획득 등 다양한 목적이 이런 미국 내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샌프란시스코 노른자에서
한산한 시골 부동산으로 확산
자금도피·자녀교육·영주권 따려
한해 286억달러 써 최대 구매국
미 부동산회사 베이징서 유치전

텍사스주 코린스에 위치한 이 목장에 지어지는 주택 한 채의 평균 가격은 200만달러(23억원)에 이른다. 중국인 정착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 신청이나 전기요금 지불 등과 같은 서비스를 대행해주고, 입주자들이 텍사스의 도로에 익숙해질 때까지 운전기사들이 길도 가르쳐줄 예정이다. 주변에는 초호화 가게들과 최고급 음식점, 스파, 포도주 상점도 들어선다. 인구 2만명의 작은 도시 코린스의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연 수십억달러의 세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기오염과 인구과밀에 지친 중국인들은 뉴욕 같은 대도시보다는 조금 덜 붐비는 쪽을 찾아 중서부로 이동하기도 한다. 중국인의 교육열도 미국 내 주택구입을 촉진시키고 있다. 미국에 유학하는 외국 대학생의 31%가 중국 출신이며, 아울러 2013년 현재 약 2만3500명의 중국 출신이 미국 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베이징에서 투자 자문을 하는 에릭 두는 실물도 보지 않고 지난 2년 동안 일리노이주의 노스브룩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한 채와 단독주택 두 채를 구입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깨끗한 공기에서 살게 하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한 채에서 거주할 예정이며, 나머지는 세를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미국 주택의 해외 구입자 가운데 중국인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주택 구입에 쓴 금액은 286억달러로, 2년 전의 두 배 이상에 이른다. 또 전미부동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대만이나 홍콩을 포함해 중국인 구매자들은 집 한 채에 평균적으로 83만1800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인 평균 지출의 3배에 이른다. 특히, 100만달러 이상 고가 주택 거래는 14건 중 1건이 중국인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중국인들의 구매 성향이 호화 주택 쪽으로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부동산 회사들은 중국에까지 사무실을 두고 중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회사 윈드햄리얼티는 2007년 상하이에 이어 지난해는 베이징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중국 지방신문에 광고를 하는 미국 부동산 회사들도 있다. 부동산 중개인들이 카메라로 집의 동영상을 찍어 보내주는 것은 기본이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풍수에 맞추기 위해 나침반으로 집의 남북 방향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인들의 미국 중서부 지역 주택 구입은 지역 경제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열 경쟁으로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또 중국 구매자들의 69%가 ‘현찰 박치기’이다 보니, 대체로 모기지 론(주택 담보 대출)으로 집을 구매하는 미국인들은 종종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특히, 중국 통신기업인 화웨이의 미국 본부가 있는 텍사스의 플레이노에선 이런 현상이 심한 편이다. 심지어 백만장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의 고급 주택도 스톡옵션에 묶인 백만장자들과 달리 현금을 내미는 중국인들한테 넘어간다. ‘차이나 머니’의 위력이 미국 경제의 실핏줄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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