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신탁·차입 등 통해 마련
산업은행에 2천억원 빚 갚아
산업은행에 2천억원 빚 갚아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11일 자산매각 등을 통해 4500억원대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고 산업은행의 기존 차입금인 약 2천억원을 변제했다.
현대상선은 이날 공시를 통해 보유중인 현대아산 지분 일부(67.58% 중 33.79%)를 팔아 358억원을 마련하고, 서울 남산 반얀트리호텔을 소유한 홀딩컴퍼니인 현대엘앤아르(L&R) 지분(49%)을 매각해 254억원을 마련하는 등 모두 612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계열인 현대아산 지분 일부를 매각한 뒤에도 현대아산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또 현대그룹 연수원 지분 등을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신탁해 1392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디폴트 리스크 방지를 통한 손실과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상선에 1392억원을 대여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주식 일부를 외부 기관에 신탁해 2500억원을 차입한 뒤 이 돈으로 기존에 산업은행에서 담보대출 받은 1986억원도 변제했다. 현대상선이 이날 발표한 유동성 확보 규모는 모두 4500억원대다. 이번 자금 확보가 5년간 지속된 누적적자로 경영난에 빠졌던 현대상선과 현대그룹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마련한 자금 확보 계획과 별개로 현대상선은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벌크선 사업 부문과 해외터미널을 분사해 ‘벌크라인’이라는 회사를 신설하고, 신설 회사가 3천억원대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이런 자구안에도 현대상선이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상선의 부채 비율은 800%를 넘는다. 내년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1조6천억원대에 이른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한진해운과의 합병설, 매각설 등에 시달려왔고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더 이상 추가지원은 없다”며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해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제출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충실히 자구안을 만들어 낼 계획”이라며 “적어도 연말까지는 유동성 위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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