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누적에 잇단 매각·합병설
경영권 방어하려다 위기 자초
그룹 “새로운 자구안 모색중”
경영권 방어하려다 위기 자초
그룹 “새로운 자구안 모색중”
최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두고 매각설과 경쟁사인 한진해운과의 합병설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현대그룹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자구 노력의 하나로 추진하던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이 무산되면서 채권단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강도 높은 자구안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그룹 주변에선 현대증권 대신 부실에 허덕이는 현대상선을 포기한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현대그룹이 직면한 지금의 위기는 주력 기업인 현대상선의 부실에서 시작됐다. 현대상선은 세계 18위 컨테이너 선사지만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로 해운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장기 침체에 빠졌다. 2011년 3574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590억원, 부채비율은 878%에 이른다. 현대그룹은 2013년 말 발표한 3조3000억원 수준의 자구안을 물류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 등 알짜 자산 매각을 통해 1년 만에 조기 실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추가 자구안을 요구받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 불발로 6500억원을 당장 받지 못하게 된 산업은행은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는 태도다.
그룹 주력인 현대상선의 부실이 그룹마저 흔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지만 현대그룹의 위기를 심화시킨 것은 현정은 회장의 경영 실패와 관리감독 기관의 방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회장은 현대중공업·케이씨씨(KCC)와 현대상선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으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외부 투자자들과 파생상품계약을 맺어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5년간 750억원대의 거래손실을 입혔다. 반얀트리 호텔 인수 같은 무리한 사업도 경영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제개혁연대는 10일 논평을 내어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맺은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손실, 현대증권을 통한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등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그럼에도 감독당국은 지배주주의 불법·부당행위에 수수방관해왔다”고 비판했다.
현대그룹은 이런 지적에 대해 “올해 초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만큼 충실히 자구안을 이행해왔다”며 “새로운 자구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합병설과 매각설에 대해선 “(정부나 채권단으로부터) 어떠한 권유나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 현대상선 경영권 포기를 포함한 자구계획안도 제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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