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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회적 경제’ 경제·복지 영역 넘어 사회과학 분야로 확장

등록 2015-11-09 20:18

지난 10월27일 ‘사회적 경제의 혼종성과 다양성’이란 주제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설립 40주년 기념 심포지엄’ 장면.
지난 10월27일 ‘사회적 경제의 혼종성과 다양성’이란 주제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설립 40주년 기념 심포지엄’ 장면.
[싱크탱크 광장]
서울대 사회과학대 40돌 기념
사회적경제 학제간 연구 발표
막스 베버 이후 전통적으로 ‘경제’와 ‘사회’는 그 작동원리 측면에서 뚜렷이 구분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협동의 공동체라는 가치 아래 ‘사회적 경제’가 현실 시장의 영역에 등장하고 확산되어 왔다. 과연 우리는 ‘사회적’이란 말이 갖는 의미를 이론과 실천의 수준에서 경제·정치·심리적으로 심지어 인류학적으로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각 분야 연구자들 한자리에 모여
민주·경제·사회성 따른 조직지형도
모스 선물경제의 ‘호혜’ 개념 도입
자아실현·의미추구 등 심리적 요인
착한 사회서비스 복지시장 기여 등
‘실천적 학문분야’로 기틀 정립 나서

‘사회적 경제’가 경제·복지 영역을 넘어 정치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참여하는 학제 간 연구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달 27일 ‘사회적 경제의 혼종성(混種性·hybridity)과 다양성’이란 주제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설립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그것이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장 김의영 교수(정치외교학부)는 “국가, 시장, 시민사회가 중첩되어 다중적·혼합적 성격을 지닌 사회적 경제는 사회과학의 분과 학문 연구자들이 광장으로 나와 교류할 수 있는 적합한 주제이자, 사회의 대안적 미래를 설계하는 주요한 안건”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사회적 경제의 혼종성과 정치학적 연구의 가능성’이란 발표문을 통해 영리법인을 제외한 사회조직 중에서 ‘사회적 경제성’이 약한 조직을 ‘사회적 경제성’이 강한 조직으로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가에 주목했다. 그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이 진화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를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접근은 유효하지 않다”며 “협동조합이 아닌 것이 협동조합이 되고 국가와 시장 영역에 있던 것이 사회적 기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형태와 활동 방식이 융합·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성격을 포착하려면 해당 조직이 ‘사회적 경제’라는 성격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서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가 제시한 것은 ‘민주성, 경제성, 사회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한 조직 유형별 ‘사회적 경제성’의 도식화다. 사회적 경제의 조직·운영 원리와 추구하는 가치 안에 이 세 측면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으로, 사회적 경제성의 보유 정도에 따라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을 포함한 각종 법인 등으로 매핑(mapping)해 조직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사회 조직들이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체성과 역량, 잠재력 여부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때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치제도적 측면에서의 연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인류학의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인류학과 권헌익 교수는 “인류학 전통에서 모든 경제 행태들은 그 자체로서 ‘사회적’이다. 그런데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필요하다는 것은 ‘경제’라는 개념 자체에 일정한 변이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속성이 내재한 ‘경제’와 ‘사회적 경제’에 차이가 있다면 ‘사회적’이란 말이 과연 무엇을 지칭하는지, 또 경제에 본래 내재해 있는 사회적 속성과는 서로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와 경제의 관계와 관련해 그는, 선물을 주고받는 교환체계가 사회구조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선물경제’(gift economy)를 주창한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연구를 기반으로 ‘호혜’(reciprocity)에 입각해 설명했다.

“모스는 원시부족들이 물건을 서로 주고받는 교환 행위에 숨어 있는 ‘호혜성’의 원리를 발견했다. 그들은 선물에 깃든 ‘영혼’을 ‘하우’(hau)라고 부른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단지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주는 사람의 ‘하우’를 전달하는 것으로서, 물건을 주는 행위는 자신의 일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증여와 선물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직접 되돌려주지는 않지만, 언젠가 가치있는 무언가로 보답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 선순환적인 관계가 쌓이면서 공동체에는 ‘호혜적 교환관계’가 자리잡는다. 호혜의 개념은 때때로 ‘비화폐’ 경제의 의미로 쓰인다. 사회적 경제가 시장과 화폐, 비시장과 비화폐의 혼성체로 정의될 때, 선물경제는 후자를 의미한다.”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경제학 이론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화의 효능인 ‘효용’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 ‘효용’을 ‘돈’이라고 해석한다. 돈이 가지고 있는 교환 가능성은 모든 의사결정의 가치를 이윤 추구라는 획일적인 것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하지만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사회적 경제’는 이윤 극대화 이외의 다른 동기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제영역이다. 탐욕 대신 이타심, 호혜와 협동, 사회적 목적과 같은 동기가 ‘사회적 경제’를 움직인다. 즉, ‘사회적 경제’는 인간의 이타성과 호혜를 동력으로 삼는다.

사회적 경제가 꼭 순수한 이타적 동기에 의한 것이어야 할까. <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의 저자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이타성’과 ‘사회적 경제’의 관계를 조명했다. 최 교수는 “사회적 경제 활동이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일인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득이 되는 결과가 있더라도 ‘동기’가 이타적이었다면 이타적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심리학에선 순수한 이타심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유독 많이 제기된다”며, 사회적 경제 조직의 이타적인 명분이 실상 이기적 동기의 산물이라고 보는 회의적이거나 합리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이기심의 발현이라고 보는 관점만으로 사회적 경제를 설명할 수 없지만, 사회적 경제가 지고지순한 이타적 동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시각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대니얼 뱃슨에 따르면 순수한 이타성의 기준은 가혹하리만큼 이상적이다. 순수한 이타성의 기준은 행위자에게 어떤 이득도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데,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행위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타인을 돕는 행위가 언젠가는 자신의 고통을 줄이기 때문에 이타적 행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다분히 임의적인 결론이다. 최 교수는 “경제적 보상 추구를 넘어 ‘자기 실현, 의미 추구, 공동체적 가치, 사회통합적 사고, 비물질주의적 가치’ 등 심리적 요인들에 의해 사회친화적 행동이 유발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형 복지국가 전략과 사회적 경제의 역할’을 검토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안상훈 교수는 “어떻게 좋은 복지국가를 만드느냐의 문제는 사회과학적 분석력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각 개인의 복지부담에서 중부담·중복지가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가장 긴급한 욕구부터 해결하고, 다른 욕구는 선한 민간 영역을 통해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와 관련된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동시에 넘어서기 위해선 민관협력의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복지 수혜의 대상 선정뿐만 아니라 복지 제공의 주체 선정에서도 선별과 혼합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는 태생적으로 ‘시민사회의 호혜성, 시장의 수익성, 공공성’을 동시에 실현하고자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고, 이미 복지 서비스 제공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은 취업 취약 계층을 위한 노동 통합이나 사회 서비스로부터 배제된 계층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 안 교수는 “공공복지자금을 사적 이익추구에 사용하는 왜곡된 복지시장의 나쁜 공급자들을 몰아내고 착한 공급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서 한국형 사회 서비스 전략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성, 자율성, 민주성 등의 구성 원리를 지닌 사회적 경제 분야는 대한민국 사회 서비스의 착한 공급자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공공이 사회 서비스를 직접 전달하기 힘든 예산 제약 아래에서 ‘착한 사회 서비스 복지시장’이 필수조건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의 복지전략 중 어떤 것도 한국의 미래를 담보해주지 못한다. 우리는 한국형의 전략을 ‘창조’해내야 하며, 그 중심에 ‘사회적 경제’가 할 일은 넘쳐난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정책담론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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