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발주사들의 잇단 계약 해지와 인도 거부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로 인해 조선 3사는 올해 3분기에도 동반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2조1천억원대로 2분기(4조7천억원)보다 줄었지만 저유가와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내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국외 발주사들의 계약 해지, 인도 거부 등은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대중공업은 “배를 건조하는 데 2~3년이 걸리다 보니 선박 계약을 맺었던 시점과 현재의 수익과 용선율이 안 맞는다. 그러다 보니 발주사들의 일방적인 인도 거부, 계약 해지 등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9일 미국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으로부터 인도 지연을 이유로 드릴십 건조 계약의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앞서 현대중공업도 노르웨이 발주처인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 미국 선사인 밴티지드릴링과 맺은 드릴십 1척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 선주사가 중도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7월에는 노르웨이의 원유 시추업체 송가 오프쇼어가 시추선 건조 지연과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에 책임이 있다면서 손실을 보전해달라고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건조사와 발주사는 분쟁 발생 뒤 양자간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상호협의한 해결 방식을 계약서에 반영한다. 조선 분야는 중재기구를 런던해사중재협회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 3사가 런던해사중재협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모두 4건으로 현대중공업이 2건(반잠수식 시추선 취소 통보 관련), 대우조선이 2건(송가와 밴티지 상대로 신청)이다. 삼성중공업은 퍼시픽드릴링을 상대로 중재를 곧 신청할 예정이다. 분쟁 사유마다 조정기간이 다르겠으나 중재는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중공업은 “통상 선주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조선소는 선수금을 몰취하고, 귀책사유를 서로 따지는 분쟁은 중재나 소송을 통해 해결한다”며 “건조한 선박은 다른 곳에 되팔아서 건조대금을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귀책사유가 발주사에 있더라도 건조사에 유리한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3분기 실적에 계약 해지에 따른 손실을 바로 반영했다.

10월 말 기준으로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은 70기다. 대우조선해양이 22기, 현대중공업 24기, 삼성중공업 24기다. 유가가 오르고 업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위험은 남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이미 건조된 선박의 경우 다른 곳에 팔 수 있다고 하지만 발주사들도 상황이 나빠 인도를 거부하는 상황에 팔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