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자구노력 세우고 노조 동의 얻어야”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비판 의식
임금동결·현장인력 감축까지 겨냥
‘노조 동의’ 둘러싸고 진통 예상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비판 의식
임금동결·현장인력 감축까지 겨냥
‘노조 동의’ 둘러싸고 진통 예상
채권단의 대규모 금융지원을 발판 삼아 회생의 기회를 마련하려던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암초를 만났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22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 계획 발표를 전면 보류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고강도 자구계획과 이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받은 뒤 자금지원을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이날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대책회의(서별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이런 방침을 정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면밀한 자구계획과 이에 대한 노조의 확실한 동의가 있을 때까지 자금지원 계획 발표는 안 하기로 했다”며 “자금지원을 위한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동의 아래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을 수혈해도 정상화 작업이 겉돌 수 있고, 대규모 부실에 대한 책임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수혈이 시급한 대우조선해양 쪽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아직 자금지원이 보류됐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그동안에도 자구계획안을 마련해 실행해오고 있었는데 어떤 점이 부족한지 채권단의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회사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던 노조 역시 “내일 채권단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자 지원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이 3분기에도 1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융권과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채권단이 4조원 안팎의 정상화 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사실상 ‘조건부’ 지원안을 꺼내 든 것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강력한 자구계획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4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데 따른 비판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 동결, 현장 인력의 감축까지 겨냥한 것으로, ‘노조 동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말 정성립 사장 취임 이후 인력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해왔다. 조직과 임원을 30%씩 줄이고 임원 연봉도 최대 35%가량 삭감했다. 이달 들어서는 부장급 이상 직원의 30%인 400여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 다동 본사 사옥과 당산동 사옥, 마곡지구 연구개발센터 매각은 물론 화인베스틸, 두산엔진, 대우정보시스템 등 보유 주식도 처분중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자산 매각과 인건비 절감, 인력 구조조정 등을 아우르는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국민 세금으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텐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계획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노조가 자구계획에 빨리 동의하면 자금 지원도 빨리 이뤄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대우조선해양 사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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