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회적 기업 에스지에프이 직원들이 코코넛 껍질을 원료로 한 목탄을 성형하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친환경 ‘목탄’ 생산 사회적 기업 탐방
원조금 감소하고 부패 심한 캄보디아서
주민 고용·소득 돕는 사회적기업가들
원조금 감소하고 부패 심한 캄보디아서
주민 고용·소득 돕는 사회적기업가들
“20세기 초 캄보디아는 끊임없는 정쟁과 전쟁으로 혼돈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부의 무관심과 부족한 자원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사회적 필요가 있는 곳에 저를 비롯한 사회적 기업가들과 국제기구, 비영리기구 활동가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거죠.”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터이자 소셜 네트워킹 공간을 운영하는 ‘임팩트 허브’ 공동 대표인 로라 스미스먼은 캄보디아에 오게 된 경위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0년 캄보디아의 해외원조액은 총 7억3천만달러로 캄보디아 국내총생산(113억달러)의 약 6.5%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원조액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이마저도 부패한 캄보디아 정치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공적 원조기금이 줄면서 캄보디아의 국제 비영리기구들이 찾은 대안은 사회적 기업이다.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지전자, 엘지화학, 한국에너지공단이 주최하고 사회연대은행이 주관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국내 에너지·친환경 사회적 기업가 20명이 캄보디아 사회적 기업을 찾았다. 이번 캄보디아 연수는 에너지와 친환경 분야의 사회적 기업 현장을 방문해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수단이 방문한 ‘에스지에프이’(SGFE·
Sustainable Green Fuel Enterprise)는 임팩트 허브가 돕는 사회적 기업 중 하나로, 목탄 등 친환경 연료를 생산·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은 두 곳의 국제 비영리기구가 진행한 협력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환경 보호 단체인 ‘주레스’(Geres)와, 빈곤 가정의 아동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피에스이’(PSE)가 2010년 설립한 것이다. 주레스가 코코넛 껍질과 석탄재를 재활용한 친환경 목탄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피에스이가 캄보디아 주민들을 교육해 직원으로 고용하는 형태다.
설립한 지 1년 만에 에스지에프이는 주레스의 후원기금이 부족해지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당시 공장의 기술 자문위원이었던 셩 팔라 에스지에프이 대표는 이 기업을 인수해 직접 경영하기로 결정한다. 그는 프리미엄 목탄과 보급형 목탄 등 상품군을 차별화해 캄보디아 일반 가정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 외국 레스토랑에까지 고객층을 넓혔다. 에스지에프이의 목탄은 일반 석탄에 비해 생산비용이 많이 들지만, 유엔에서 지급받는 ‘탄소 크레딧’을 활용해 석탄과 같은 가격으로 시장에 판매한다.
친환경기업에 지급되는 탄소 크레딧은,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할당받은 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양을 소비한 기업에 되팔 수 있도록 통용되는 일종의 재화다. 이밖에도 셩 대표는 사원에서 쓰다 버린 양초를 활용해 친환경 불쏘시개 연료와 목재 펠릿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가스스토브를 개발하는 등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에스지에프이는 불과 3년 만에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 2013년 1만6천달러에 불과하던 연매출은 지난해 20만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도 4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지에프이는 캄보디아 주민들의 안정적인 생계 유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전체 31명의 직원 중 이탈리아 출신인 셩 대표와 이탈리아 인턴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지 주민들이다. 회계와 인사를 담당하는 여직원을 포함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피에스이 교육생 출신이다. 에스지에프이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수를 보장하고, 병가 및 휴가 제공 등의 복리후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에스지에프이의 모든 직원들은 입사 때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것을 약속하는 조항을 담은 근무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직원들의 자녀가 학교에 출석했는지 확인하고 학교에 오지 않았을 경우 직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경위를 묻는다. 셩 대표는 에스지에프이의 성공 요인으로 지역사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과 국제 비영리기구의 사회적 인프라를 꼽았다. “에스지에프이의 기반이 된 비영리 기구들은 오랜 기간 동안 지역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고민해왔어요. 단체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왔지요. 이러한 사회사업의 노하우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잘 어우러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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