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문화기획자 이승미씨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니누리단(아시아미래포럼 서포터스) 사진영상팀 박성호
“청춘아, 뭐 하니?”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청춘살롱’이 이달 29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제6회 ‘아시아미래포럼’(10월28~29일)의 특별세션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젊은이의 꿈과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청춘살롱 주요 연사들의 연쇄 인터뷰를 싣는다.
전북 전주 완산동 남부시장 2층 ‘청년몰’로 오르는 계단 앞에는 ‘레알 뉴타운,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적당히 벌고 만족스런 삶을 찾고 싶은 청년들이 모인 공간이다. 계단을 오르면 ‘뉴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층 전통시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입소문을 타면서 전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코스가 되었다. 덕분에 남부시장 매출도 15~20% 정도 증가했다. 문화기획자 이승미(30)씨는 사회적기업 ‘이음’과 함께 청년몰을 일궈낸 주역이다. 오는 28~29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리는 제6회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대학생 홍보단 ‘하니누리단’과 이번 포럼 개최를 돕고 있는 이오컨벡스가 지난 9월11일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그를 만났다.
-‘청년몰’이 짧은 시간 안에 전주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청년몰을 기획했고, 올 6월까지 이어왔다. 청년몰은 시장이란 공간에 청년들이 모여 창업하고 함께 더불어 가는 길을 찾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지역 경제 활동의 순환공간이다. 이곳에서 지역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면 지역 전체 자생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청년들도 지역 안에서 문화 발전과 함께 경제적 터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 2012년 5월 청년 사장 17명이 가게 12곳을 꾸려 문을 열었고 지금은 33곳으로 늘었다.”
2 지난 8월 전주 고사동 거리에서 긴 식탁에 마주앉아 식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스테이 풀리시 위크’ 참가자들. 이승미 제공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슬로건이 재미있다.
“저마다 ‘적당히’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타인과 공동체의 삶도 함께 보듬어 나가는 것이다. 청년몰은 ‘사람의 힘’으로 성장한다. 사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2013년에 종료되었다. 시장 어르신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구성원들 소속을 ‘남부시장상인번영회’로 넘겨주셔서 최근까지 계속 할 수 있었다. 청년몰 점포들은 개별 점주가 아니라 남부시장상인번영회 소유로 돼 있다. 즉, 청년몰은 공동으로 임대하는 형식이다. 청년몰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 1층에 새로운 가게들이 생기고 있다. 경쟁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어떤 특색들을 더 살려내고, 어떻게 시장 전체와 어울릴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중이다.”
3,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 입구에 걸린 간판과 계단 옆쪽에 그려진 벽화. 청년몰 제공
-최근 청년 창업가들에게 공간을 지원하는 일이 늘고 있다. 어떻게 보나?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지원은 청년들이 창업을 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초기 남부시장 청년몰 역시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다만 지원 대상이 100명이라고 해서 100명 전체가 다 잘되길 바라면 안 된다. 성과 위주로 가면 실패하기 쉽다. 정작 청년들 스스로 지원을 원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한두 번 지원을 받다 보면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지원조직이 원하는 방향을 조정해나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청년몰 역시 협소한 공간의 제약 때문에 일부 가게는 스스로 ‘졸업’(독립)을 고민하기도 하지만, 청년몰이라는 공간과 바깥 공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 임대료만 해도 몇십배가 되기 때문이다. 자영업과 창업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기회의 공간이 더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미씨는 10월22~25일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이 주최하는 ‘국제무형유산영상페스티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영화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온 공동체의 무형적인 유산을 기록하고 축적하는 작업이다. 우리나라의 강강술래나 한산모시 짜기, 터키의 커피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24개 나라 30편의 영화 상영을 비롯해 콘퍼런스, 전시 등 무형유산의 가치와 화두를 담은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영화제까지, 그가 벌이고 있는 문화기획 일의 내용과 범위가 다채로웠다.
-‘문화기획’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문화’의 개념이 광범위하기에 간단하게 규정하긴 어렵다. 일의 형태로 구분한다면 프로젝트나 이벤트, 축제 등 개별 단위로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 특정 공간에 거주하면서 관계를 형성해가는 사람이 있다.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문화기획자로서의 활동은 후자에 해당한다.”
4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 입구에 걸린 간판과 계단 옆쪽에 그려진 벽화. 청년몰 제공
-기억에 남는 작업은?
“지난 8월 전주 구도심에서 종합예술 축제 ‘스테이 풀리시 위크’(Stay Foolish Week)를 진행했다. 행정 주도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문화기획자들 스스로 내재적인 힘을 기르자는 취지로 만든 축제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문화기획 일은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2~3년간 계약을 맺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인건비 지원금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기획자는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은 마음에 공공기금이나 대형 자본으로부터 ‘보조금 해방’을 꿈꾸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우주 바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한푼의 보조금도 받지 않고 지난 8월12일부터 4박5일 동안 예술가 100여명이 참여해 자체적인 전시와 음악 공연, 연극, 미디어아트, 무용, 거리 퍼레이드 등 공연을 펼쳤다. 참여한 예술가들이 긴 식탁을 마련해 한자리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왜 문화기획자가 되었나?
“스무살 대학에 진학한 뒤에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고 놀라웠다. 예컨대 대학을 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선배들 따라서 집회도 나가봤다. 귀농은 나이 드신 분들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동기 중 한명이 고향으로 돌아가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진학이나 취직이 아닌 여러 대안적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른 이의 삶을 보며 다른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취직보다는 내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하게 되었다.”
-일을 추진해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명료한 사람도 아니고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 혹은 다른 이들의 삶에 대해 주변과 이야기한다. 또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때로는 스스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그것이 힘이고 에너지다.”
정리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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