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자들은 1인당 연간 2163시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37시간)에 이어 두번째로 긴 노동시간이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9달러로 25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40.5달러로 한국의 1.4배다. 농업적 근면성이 생산성을 보장한다는 신념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위 개미형 인간의 생산성이 의심받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일터에 놀이적 요소를 끌어들여 직원들의 놀이 본능을 자극하는 일이다. 놀이가 창의적 발상과 생산성 환기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창조는 지성에서 발현되지 않고 놀이충동에서 일어난다’고 갈파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는 오락과 놀이를 낮게 평가해 깔보고, 근면한 노동을 상위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노동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베짱이도 개미도 노동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면 굳이 이분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다.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했다. 철학자 강신주는 하위징아의 논지에 대해 “‘놀이하는 인간’이 타락하면 ‘노동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노동은 수단과 목적을 분리한다. 하지만 지금 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일 경우, 즉 목적과 수단이 통합되어 있는 경우 그 일은 즐거운 놀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만족하며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호모 루덴스로서 일을 즐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 내 놀이 문화가 별도의 복지제도가 아니라 업무 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구조적 기틀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2010년 설립된 게임기반교육(Game Based Learning) 콘텐츠 개발 업체 ‘놀공발전소’(이하 놀공)의 사무실에는 만화책과 장난감 등이 가득하다. ‘노력 금지’라는 슬로건도 내세웠다. ‘놀공’이라는 이름 역시 ‘놀듯이 공부하고 놀듯이 일하자’는 뜻으로 놀이와 공부의 합성어다. 이처럼 게임 외적인 분야에 게임의 사고방식과 메커니즘을 도입해 참여자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일터에 실현되고 있다.
놀이의 기본 규칙은 모든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 참여 기업은 이미 구조적으로 놀이적인 요소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조직들의 수직적 위계문화에서 직원들은 자율성 대신 압박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규제한다. 상사의 회식이나 주말 등산 권유 등은 창의력을 개발하는 놀이와는 거리가 멀다. 물질적 보상을 바라는 도박이나, 주체적 행위 없이 단순히 쉬면서 보고 즐기는 휴식 역시 진정한 의미에서의 놀이가 아니다. ‘놀이’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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