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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4시에 문닫는 은행 어딨나” “노조 강해서 역동성 없다” 최경환 ‘금융개혁’ 발언 파장

등록 2015-10-12 20:00수정 2015-10-12 20:54

페루 IMF·IBRD 총회 참석중 발언
임금피크제 등 기선제압용 분석
금융당국 관계자 “개인 생각인듯”
직원들 “은행 업무 현실 너무 몰라”
학계 “금융자율화 여건 조성 먼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다른 나라에 어디 있느냐”며 금융개혁의 화살을 노동조합으로 돌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금융개혁의 핵심 대상이 아니던 금융권 노사관계를 최 부총리가 겨냥한데다, 은행 지점의 영업시간과 금융회사 임직원의 고액 연봉 문제를 개혁해야 할 사례로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페루 리마를 방문한 최 부총리는 지난 9일(현지시각)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융개혁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며 그 원인을 금융권 노조 탓으로 돌렸다. 그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한 축을 이루는 노조 쪽의 힘이 너무 강해 (개혁이) 역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지적하며 금융회사의 영업 방식 개혁을 요구해오다가, 느닷없이 금융권 노조를 향해 개혁의 화살을 돌린 것이다.

최 부총리는 금융업계의 업무시간과 임금체계도 문제 삼았다.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은행의 사례를 들어 “시대 변화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사하고서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금융업의 경쟁력 향상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금융개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노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융권에선 임금피크제 도입과 연봉제 등 성과주의 보상체제 확산을 위해 노조의 기선을 제압하고 사용자 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부총리가 노련한 정치인답게, 여전히 실체가 불분명하고 복잡한 금융개혁을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연봉이나 노동시간, 노조 문제로 단순화해 금융개혁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에선 최 부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금융개혁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개혁 주무부처인 금융당국 입장에선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개혁 성과가 ‘평가절하’된데다, 사전 조율도 없이 금융개혁의 기존 방향과는 다른 과제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규제 혁신, 자본시장 활성화, 금융소비자를 위한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을 금융개혁의 주요 과제로 삼아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2일 “부총리의 개인적인 생각인 것 같다”며 “노사 문제도 참고는 해야겠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금융개혁 과제도 중요한 만큼 (부총리의 말을 따라 당장) 노사 문제 쪽에 금융개혁의 초점을 맞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된 마당에 은행 지점 영업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금융계 일선 현장에선 “최 부총리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오후 4시30분에 셔터를 내리지만, 이미 방문한 고객의 업무를 처리하고 서류 검토 작업까지 마치려면 보통 오후 8~10시까지 일한다. 토요일에도 근무한 적이 있다”며 “중국은 4시, 일본은 3시, 인도는 3시30분, 스페인은 2시30분으로 우리보다 오히려 일찍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주에서도 은행 지점 마감시간은 대체로 오후 4~5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도 이날 논평을 내어 “한국 금융 부문의 경쟁력이 낮은 책임을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가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정책 실패 등 우리 금융을 낙후하게 한 근본 원인에는 눈을 감은 채 엉뚱한 쪽에 금융개혁의 화살을 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개혁의 핵심은 금융자율화와 책임경영 여건 조성”이라며 “부총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금융개혁 논의를 끌고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수헌 김정필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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