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소비문화서 참여문화로 이행 위한 벼룩시장”

등록 2015-10-05 20:32

‘위흐테이스마’ 설립자 인터뷰
2013년 6월12일에 열린 ‘하늘 아래에서의 저녁식사’에 참여한 헬싱키 시민들.  위흐테이스마 제공
2013년 6월12일에 열린 ‘하늘 아래에서의 저녁식사’에 참여한 헬싱키 시민들. 위흐테이스마 제공
2012년 설립된 핀란드 비영리단체 ‘위흐테이스마’(Yhteismaa)는 엉뚱하고 기발하다. 핀란드 사람들은 그들의 엉뚱함에 동참하여 새로운 문화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위흐테이스마는 일종의 벼룩시장을 핀란드 전역에서 벌이고, 도심 속에 탁자를 펼쳐놓고 시민들이 각자 음식을 가지고 와 서로 나누어 먹게 했다. 지난 9월16일 헬싱키 시의 작은 마을카페에서 설립자 야코 블롬베리를 만나 그들의 활동을 들었다.

-‘클리닝 데이’에 대해 소개해달라.

“한 친구가 짐이 너무 많길래 쌓아두지 말고 가지고 나와 팔지 않겠냐고 권유한 것에서 시작했다. 2012년 5월에 처음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핀란드 전역에서 6000여개의 판매 부스가 설치되고, 1만5000명의 판매자가 참여했다. 자원이 유용하게 순환되었으면 하는 간단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필요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유용한 물건일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실용적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대규모 행사를 치르려면 절차가 복잡했을 텐데?

“모든 건 공공장소에서 이뤄진다. 사람들이 공공장소를 이용하면서 그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했다. ‘이 도시가 나의 것’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그곳을 보살피고 싶어할 수 있도록 홍보한다. 처음엔 시에서 ‘이벤트를 취소할 수 없겠나. 쓰레기 문제 등 관리가 걱정’이라며 연락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첫 이벤트가 끝난 뒤 오히려 시에서 이벤트의 취지에 공감하며 협력을 약속해왔다.”

위흐테이스마가 2013년부터 시작한 ‘하늘 아래에서의 저녁식사’는 헬싱키 시의 생일 6월12일을 기념하는 이벤트다. ‘소비문화에서 참여문화로의 도시 주민들의 삶의 이행’을 표방하며 시작됐다. 거창한 이벤트는 아니다. 단순히 탁자에 흰색 보를 깔아서 도심 속에 펼쳐놓는 일이었다. 나눌 음식은 탁자에 앉는 사람들 각자의 집에서 가져오면 된다. 시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여 헬싱키 에스플라나디 지역의 차량을 통제하고 1000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를 마련했다. 예약 시작 2분30초 만에 매진이 됐다. 이후 왜 한 지역에서만 하느냐며 수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래서 헬싱키 전역의 공원 등 곳곳에 소규모로 탁자를 놓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탁자를 주문하는 것 빼고는 모두 무료다. 탐방팀 멘토로 함께 자리했던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은 “위흐테이스마 청년들의 다양한 실천들은 파편적인 활동이 아니다. ‘소비문화에서 참여문화로의 이행’이라는 문화운동을 관통하고 있다. 철학과 신념을 기반으로 한 청년들의 사회혁신 비즈니스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반 가정집에서 미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사진가인 독일인 친구가 핀란드에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우리집에 머물렀다. 전시할 공간을 빌릴 돈이 없어 전시를 못한다는 사정을 듣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냥 집에서 전시회를 열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거실을 개방할 사람들과 돈이 없어서 전시회를 열지 못하는 예술가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개방해 주었고 예술가들은 그 가정집의 거실을 예술작품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시회가 열리는 집의 주소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15곳의 가정집 거실에서 전시회가 열렸고, 200명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일반 가정집에서 홈시어터 축제를 열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정집 거실에 배우들이 직접 와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지금은 가정집 사우나에서 진행하는 홈시어터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배우들과 관객 모두 옷을 벗고 참여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거나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 계획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너무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퍼뜨린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취지를 설명하는 글을 올리고 시민들과 함께 진행해 나간다. 때로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한다. 시스템의 변화를 통한 사회혁신보다는 액티비즘 차원의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본주의, 소비사회가 부추기는 끊임없는 대량소비 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한 우리의 접근은 단순하다.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고, 사회혁신에 자신이 참여한다는 정서적 보상을 크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헬싱키/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obog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외국인 34거래일 만에 ‘삼성전자 사자’…주가 3.9% 상승 1.

외국인 34거래일 만에 ‘삼성전자 사자’…주가 3.9% 상승

벤츠 본사 “차량 배터리 안전 최종 책임자는 벤츠” 2.

벤츠 본사 “차량 배터리 안전 최종 책임자는 벤츠”

‘뱅크런’ 넘긴 새마을금고…이번엔 가계부채 ‘복병’ 될라 3.

‘뱅크런’ 넘긴 새마을금고…이번엔 가계부채 ‘복병’ 될라

일주일 남은 미 대선, ‘트럼프’에 흔들리는 금리·환율·주가·금·구리… 4.

일주일 남은 미 대선, ‘트럼프’에 흔들리는 금리·환율·주가·금·구리…

또 코스닥 ‘공모주 급락’ 주의보…1126대 1 청약 웨이비스 27.4%↓ 5.

또 코스닥 ‘공모주 급락’ 주의보…1126대 1 청약 웨이비스 27.4%↓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