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전자가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전시회(IFA) 2015’에서 일반 가전을 스마트 가전으로 바꿔주는 스마트싱큐 센서, 사물인터넷 오픈 플랫폼 ‘올조인’(AllJoyn)을 탑재한 스마트 가전 등 연결성을 높인 스마트홈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모델들이 스마트홈 전시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지금은 IoT 시대
부인과 세탁소를 운영하는 손병만(58·충북 충주시 목행동)씨는 일을 하다가 해가 넘어가자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 거실과 주방의 전등을 켠다. 이어 거실에 있는 플러그의 스위치를 올려 라디오를 켠다. 손씨는 “도둑이 밤에 불이 꺼져 있고 인기척이 없는 집을 노린다는 뉴스를 듣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멀리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해 집 안의 불을 켜고 라디오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바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 셋 모두가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이용하고 있다. 아내는 가게에 나올 때마다 ‘가스를 잠갔는지 모르겠다. 안 잠그고 나왔으면 어쩌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하곤 했는데, 사물인터넷 서비스 덕에 지금은 그런 걱정에서 해방됐다”고 말했다.
‘가정용 사물인터넷’ 빠르게 확산중
4일 베를린 가전전시회(IFA)서도 화두 ‘IoT@home’ 한달여 가입자 1만명 넘어
가스 잠갔나, 현관문 걸었나 걱정 벗어 스마트폰으로 집밖서 로봇청소기 조종
카메라 동작시켜 집안 상태 살피기도 작년 국내 스마트홈 시장 8조6천억원
올 세계 ‘인터넷연결 전자기기’ 49억대 통신·가전·보안업체 주도권 다툼 치열
SKT·KT, 관련 협력업체 잰걸음
삼성·LG전자도 독자 IoT 생태계 조성 직장인 이준범(서울 마포구 중동)씨는 출근해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온도와 습도를 살펴 에어컨과 제습기를 켰다 껐다 한다. 이씨는 올해 에어컨을 바꾸고 제습기를 새로 들여놓으면서 일부러 원격제어 기능이 있는 것을 골랐다. 그는 “둘째가 갓난아기인데, 집 안 온도와 습도가 아기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집에 아내가 있긴 하지만, 두 아이를 돌보다 보면 바빠서 제대로 체크하지 못할 수도 있어 밖에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이 집 안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집 안에서 사용되는 가전기기들이 사물인터넷과 결합돼 똑똑해지면서 실생활에서 겪던 불편을 줄여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엘지유플러스(LGU+)의 가정용 사물인터넷 서비스 ‘아이오티앳홈’(IoT@home)은 한달여 만에 가입자가 1만명을 넘었다. 에어컨·냉장고·제습기 같은 가전제품과 보일러 등도 잇따라 사물인터넷 서비스 단말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정용 사물인터넷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여름에는 집에 도착하기 한시간 전쯤에 미리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켜 집 안을 시원하게 만들어두고, 겨울에는 같은 방식으로 보일러를 켜 집 안을 미리 따뜻하게 만들어둔다는 경험담을 주변에서 흔히 듣는다. 어르신들은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가스를 잠갔는지, 현관문을 걸었는지 등이 기억나지 않아 집을 나섰다가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불편에서 놓여났다고 전한다.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로봇청소기를 조작해 집 안 청소를 하고, 카메라를 동작시켜 집 안 상태를 살피기도 한다.
가정용 사물인터넷이란 생활가전기기에 원격제어 기능을 넣은 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핵심은 가전기기를 사물인터넷 단말기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사물인터넷은 공장에서 로봇이나 장비를 원격으로 동작시키거나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습도 등을 살펴 문을 여닫거나 물을 뿌리고, 댐 수위를 살피는 등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돼왔다. 집 안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실생활에서는 사물인터넷이란 이름이 낯설다.
가정용 사물인터넷은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으로, 보안이나 가전기기를 원격제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기기끼리 상호 통신을 통해 집 안의 온도·습도와 창문 개폐 등이 사용자가 설정해둔 상태로 유지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해당 기기를 제어해 해결하거나 사용자에게 알려 대응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전망이다. 빅데이터와 결합해 자신도 모르게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도 하는, 사용자의 ‘우렁각시’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가정용 사물인터넷 수요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편리함에 대한 욕구가 커지며, 고령 인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홈(원격제어 기능을 가진 가전제품) 시장은 8조6000여억원으로 전년보다 24% 이상 늘었고, 2018년에는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인터넷 연결 전자기기’ 대수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49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쪽에서 보면 새로운 노다지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미 통신사·가전업체·보안업체 등이 가정용 사물인터넷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통사 중에서는 엘지유플러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업체는 ‘탈통신’ 전략에 따라 가정용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꼽아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엘지유플러스는 심술궂은 형이 동생을 불러 자기 방의 전등을 끄게 하는 등 생활 속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장면을 소재로 사용한 코믹 광고를 앞세워 가정용 사물인터넷 시장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오티앳홈은 창문 열림 감지, 가스밸브 잠금 상태 확인, 전등 제어, 전기 사용량 및 누진요금 구간 진입 예측, 전기플러그 원격제어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창문·가스밸브·플러그에 센서와 여닫이 장치를 설치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고, 조명 및 전기플러그에 대해서는 원격으로 제어까지 할 수 있게 한다. 곧 현관문 잠금 및 보일러 제어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스마트홈’이란 이름으로 가정용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전업체가 기기에 원격제어 기능을 넣으면, 에스케이텔레콤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해당 가전기기를 원격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지금은 위닉스의 제습기와 캐리어의 에어컨만 가능하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다른 제습기·에어컨 제조업체 및 보일러·도어록·김치냉장고·로봇청소기·전자레인지 업체들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KT)는 가정용 사물인터넷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을 나눠 맡던 7개 전화·인터넷 설치 및 유지보수 협력업체를 자회사 2개로 개편했다. 케이티는 “가정용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가전기기의 유지보수까지 맡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미리 유지보수 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티는 또 삼성전자·노키아·차이나모바일 등 국내외 100여개 정보통신 서비스 및 제조업체가 참여하는 ‘사물인터넷 협력체’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 관련 창업을 도와 다양한 서비스가 발굴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가전업체들도 앞다퉈 사물인터넷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각각 독자적인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꾸리고 있고, 중소 생활가전업체들은 이통사들과 손잡고 제품에 사물인터넷을 입히고 있다. 코웨이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정수기 스스로 물이 지나는 길과 정수된 물을 저장하는 수조의 상태를 살펴 살균까지 하는 신제품을 내놨다. 귀뚜라미보일러는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집 안 온도를 확인하고 보일러를 켤 수 있게 하는 ‘조절기’를 만들어 통신회사를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가정용 사물인터넷은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면의 질을 분석해주는 ‘슬립센스’ 등 사물인터넷을 화두로 삼은 신제품과 기술을 전시하고, 사물인터넷이 가져다줄 삶의 변화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슬립센스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원반형 센서로, 잠자는 동안의 호흡과 맥박 및 뒤척임 등을 측정해 수면 시간과 질을 분석해준다.
엘지전자는 다양한 가전제품을 하나로 묶어 제어하는 스마트홈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업체는 사물인터넷 오픈 플랫폼 ‘올조인’을 적용한 오븐과 에어컨도 공개했다. 올조인은 세계 최대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세계에서 18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탑재한 제품은 제조사·브랜드·모델에 상관없이 서로 연동된다. 기존 세탁기·냉장고·에어컨을 원격제어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스마트싱큐 센서’도 전시했다.
독일 가전업체 지멘스는 가정용 사물인터넷 시스템 ‘홈 커넥트 2015’를 공개했다. 이동중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해 제품을 원격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지멘스는 “오븐과 식기세척기에 먼저 적용했고, 냉장고, 세탁기, 전자동 커피머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밀레 역시 언제 어디서나 가전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밀레앳홈 네트워크’를 공개했다. 밀레앳모바일 앱을 통해 드럼세탁기,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 등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보안업체들도 가정용 사물인터넷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에스원은 에스케이텔레콤과 손잡고 올해 안에 ‘세콤 홈블랙박스’ 등 보안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세콤 홈블랙박스는 공동주택 전용 보안 상품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집의 방범 상태를 설정·해제할 수 있다. 집에 누군가 침입하면 바로 고객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송되고 긴급출동 서비스로 연결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4일 베를린 가전전시회(IFA)서도 화두 ‘IoT@home’ 한달여 가입자 1만명 넘어
가스 잠갔나, 현관문 걸었나 걱정 벗어 스마트폰으로 집밖서 로봇청소기 조종
카메라 동작시켜 집안 상태 살피기도 작년 국내 스마트홈 시장 8조6천억원
올 세계 ‘인터넷연결 전자기기’ 49억대 통신·가전·보안업체 주도권 다툼 치열
SKT·KT, 관련 협력업체 잰걸음
삼성·LG전자도 독자 IoT 생태계 조성 직장인 이준범(서울 마포구 중동)씨는 출근해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온도와 습도를 살펴 에어컨과 제습기를 켰다 껐다 한다. 이씨는 올해 에어컨을 바꾸고 제습기를 새로 들여놓으면서 일부러 원격제어 기능이 있는 것을 골랐다. 그는 “둘째가 갓난아기인데, 집 안 온도와 습도가 아기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집에 아내가 있긴 하지만, 두 아이를 돌보다 보면 바빠서 제대로 체크하지 못할 수도 있어 밖에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이 집 안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집 안에서 사용되는 가전기기들이 사물인터넷과 결합돼 똑똑해지면서 실생활에서 겪던 불편을 줄여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엘지유플러스(LGU+)의 가정용 사물인터넷 서비스 ‘아이오티앳홈’(IoT@home)은 한달여 만에 가입자가 1만명을 넘었다. 에어컨·냉장고·제습기 같은 가전제품과 보일러 등도 잇따라 사물인터넷 서비스 단말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작동하는 밀레 세탁기의 세탁 케어 시스템. 밀레코리아 제공
4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5’에 참가한 중국의 가전업체 창훙이 풀에이치(HD) 이상의 4K(UDTV) 화질의 올레드 티브이(OLED TV)와 스마트홈을 전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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