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천억원 분식회계 혐의 적발
지난달 감리위원회 사전심의 결과
회계법인 합쳐 30억 과징금만 의결
경영진 해임권고·검찰 고발 등 빠져
증선위, 9일 회의서 제재 결정 예정
지난달 감리위원회 사전심의 결과
회계법인 합쳐 30억 과징금만 의결
경영진 해임권고·검찰 고발 등 빠져
증선위, 9일 회의서 제재 결정 예정
금융당국이 대우건설의 수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 수위를 크게 완화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오는 9일 제재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증선위의 사전심의 기구인 감리위원회(감리위)는 지난달 11일 대우건설에 과징금 20억원,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 과징금 10억6천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하고 안건을 증선위에 올렸다. 하지만 이는 대우건설 분식회계 사건을 감리한 금융감독원이 감리위에 제출한 애초 제재안에 견줘 대폭 후퇴한 것이다.
대우건설 분식회계 사건은 2013년 12월 이 회사 직원이 금감원에 관련 사실을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제보자는 대우건설 경영진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가 참석한 내부 회의 자료를 금감원에 넘겼다. 이 자료엔 2012년 말 기준으로 5개 사업부문에서 1조4600억원의 예상 손실을 재무제표에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1년6개월여 동안 감리를 벌인 금감원은 대우건설이 건축 부문 10개 사업장에서 2012년말 기준 5024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고의적으로 한 것으로 봤다. 이를 토대로 대우건설에 과징금 최대한도인 20억원, 현직 대표이사에 16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현직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전·현직 대표이사와 전직 담당 임원 검찰 고발 등의 내용을 담은 제재안을 마련했다. 감사를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에 과징금 10억6천만원과 해당 회계사 3명에 대한 직무정지도 제재안에 포함했다.
그러나 감리위는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은 빼고 대우건설·삼일회계법인에 대한 과징금만 원안대로 의결했다. 현직 대표이사에 대한 과징금도 1200만원으로 낮췄다. 이는 감리위가 대우건설의 소명을 받아들여 분식회계 규모를 7개 사업장에 대해 2450억원만 인정한데다, 분식회계 규모가 236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미미한 1개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 감리 결과 분식회계 규모가 2448억원으로 가장 컸던 서울 마포구 합정동 2·3구역 사업장은 아예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분양이 시작되지 않아 손실 규모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회계기준상으로는 공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라도 손실이 예상되면 즉각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런 탓에 금융당국 안팎에선 감리위가 대우건설 쪽의 반박 논리를 지나치게 받아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분식회계 고의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보고 있는 제보 자료를 감리위가 참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이 자료에 대우건설 경영진이 예상 손실을 합리적으로 추산해 놓고도 재무제표에 즉각 반영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여러 해에 걸쳐 반영하기로 계획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쪽은 “제보 자료에 나온 손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수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 임원진은 지난달 26일 증선위에서 이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 쪽은 금감원의 원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김용범 증선위 상임위원은 “누군가가 (분식회계를) 명백하게 지시한 사실이 적발된 게 없어 고의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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