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탄 이재현 씨제이(CJ) 회장.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투병’ 중 감염 우려로 빈소·장지 함께 하지 못해
환자복에 마스크 쓴 차림으로 시신 안치실 찾아
환자복에 마스크 쓴 차림으로 시신 안치실 찾아
투병의 몸으로 인해 장지까지 따라가지 못하는 상주 이재현(55) 씨제이(CJ)그룹 회장이 아버지 이맹희 명예회장의 발인 전날인 19일 시신 안치실을 찾아 아버지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20일 씨제이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밤 11시30분쯤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입관실을 찾았다. 환자복에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휠체어를 탄 이 회장은 아버지의 관을 수차례 쓰다듬으며 눈물을 삼켰다고 한다. 이 자리엔 부인과 아들 선호 등 직계가족만 함께 했고, 이 회장은 약 12분간 머문 뒤 병실로 돌아갔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에도 입관실을 찾았다. 씨제이그룹은 “관을 봉인하기 전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 회장이 눈시울을 붉혔고, 관이 끝내 닫히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크게 오열했다”고 말했다. 이날 입관식에는 한솔 이인희 고문과 신세계 이명희 회장 등 삼성가 친인척들도 함께 했지만 이 회장과 마주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이들이 떠난 뒤 입관실에 들어와 약 17분간 머물렀으며, 이때에도 직계가족만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별세한 아버지의 임종은 물론 빈소도 감염 우려 탓에 지키지 못했다. 지난 2013년 신장이식 수술 이후 거부반응이 심각해 면역억제 치료와 감염관리를 병행하는 와중에 말초 신경과 근육이 위축되는 ‘샤르콧-마리-투스’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명예회장님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살가운 감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관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며 “부모와 자식의 천륜은 어쩔 수 없나 보다”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도 자신의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 곳곳에서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수 차례 표현한 바 있다. 그는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대할 때 마음이 늘 푸근한 것은 딸보다는 아들, 그 중에서도 맏아들”이라며 “‘누구의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생을 살아본 나는, 재현이가 ‘누구의 맏손자’라는 이름으로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애비로서 늘 가슴이 아팠다”고 썼다. 여기서 ‘누구’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을 일컫는다.
씨제이그룹은 입관식이 있은 지 사흘이 지난 뒤에야 이 회장이 입관실을 두 차례 찾은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이 회장이 발인식에 앞서 마지막 장자의 도리를 다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서도 사실을 모르다 뒤늦게 확인하고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씨제이그룹장으로 치러진 이번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씨제이 쪽은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일반 조문객들의 경우 고인과의 관계를 따져 조문 허용 여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사람들이 결국 ‘조문 허가’를 받지 못하고 빈소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 쪽은 “빈소가 협소해 씨제이 인재원에 분향소를 따로 마련했었다”며 “그쪽에서 조문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명예회장의 발인은 20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은 차남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장손 이선호씨 등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졌다. 발인 후 스님 4명이 앞장서서 종교의식을 하는 가운데 흰색과 노란색 국화꽃으로 장식된 운구차는 영결식이 치러지는 씨제이 인재원으로 떠났다.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씨제이 인재원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기일마다 추모식이 열리는 곳이다.
장지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묻힌 경기도 용인의 선영이 아닌 씨제이 일가 소유의 경기도 여주 일원으로 정해졌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고 이맹희 씨제이(CJ)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씨제이 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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