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 검토 보고서 ‘강조사항’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상반기 회계법인의 감사에서 기업 존속 능력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기업이 앞으로 사업 활동을 이어가는 데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투자자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7일 공시된 대우조선해양의 반기보고서에 첨부된 연결검토보고서에서 ‘강조 사항’을 기재해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조2392억5600만원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안진은 “국제 유가 하락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발주처의 재정 악화 등으로 인해 추가 작업에 대한 공사계약 금액이 올라갈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하게 됐고, 건조 경험이 부족한 해양 프로젝트에서 급격한 공사원가 증가 등의 사유로 올해 상반기 2조4631억75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감사 결과 재무제표가 신뢰할 만하다고 적정 의견을 내면서도 ‘강조 사항’으로 기업 존속 능력에 대해 불확실성을 제기한 셈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회계사는 “대우조선해양이 1년 내내 갚아야 할 빚이 자산보다 3조가량 많아 재무구조 개선을 제대로 못하면 기업 존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가능성은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지 않으니 투자자가 유의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1분기 감사 결과가 나온 지 석 달이 지나고서야 이런 불확실성이 나타났다고 알려주는 건 ‘사후약방문’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분기 보고서엔 별다른 ‘강조 사항’이 기재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상장법인 1848곳의 2014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적정 의견을 받은 회사는 1829곳(99%)이다.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으나 ‘강조 사항’이 기재된 경우는 358곳(19.4%)이었다. 금감원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적정 의견을 받은 상황으로 대우조선해양 회계처리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대주주 산업은행의 실사 결과가 나온 뒤 회계감리 착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예상되는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아 3조원대 손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근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정 김수헌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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