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영권 확보’ 집념 분명히 밝혀
“일본 사업은 내가 키 잡는 게 바람직…주총 소집도 검토”
“일본 사업은 내가 키 잡는 게 바람직…주총 소집도 검토”
“나는 틀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생각을 이어 받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계속하겠다.”
17일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해 이번 주총을 둘러싼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18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7일 주총에서 회사가 제안한 두 개의 의안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아버지(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위임장도 받아서 갔다. 아버지도 두 의안 모두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롯데홀딩스는 전날 도쿄 지요다구 데이코쿠 호텔에서 열린 주총에서 “신동빈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현재의 경영진이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투명성이 높은 컴플라이언스(준법·윤리) 경영을 계속 철저히 추진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 직후 일본 언론에 “앞으로 동료인 모든 사원들과 거래처의 모든 분들과 함께 가고 싶다”는 짤막한 소감을 밝히고 자취를 감추는 등 의안에 대한 찬반 여부는 밝히지 않았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되찾아오려는 그의 집념을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먼저 “형제가 사이좋게, 일본은 내가 한국은 동생이 담당하라고 아버지는 계속 얘기해 왔다. 일본 사업의 현장을 오래 봐 왔기 때문에 내가 키를 잡는 게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더욱이 아버지로부터 내가 일본·한국 양쪽의 사업을 총괄하라는 애기를 안 들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의 경영을 오래 담당해 온 자신이 계속 회사를 경영해야 하고, 그것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이후엔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을 향한 구애가 이어졌다. 신 전 부회장은 “현 경영진을 추인하는 것은 기업통치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단기적인 매상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인가, 중장기적으로 상품의 가치나 사원을 중시하는 경영인가.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 판단하고 싶다. 사원들의 목소리를 경영에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회사를 키워갈 수 있는 적임자임을 어필하려 애썼다.
현재 롯데홀딩스의 주식 구성을 보면 최대 주주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대표이사인 광윤사로 지분이 33%이고, 2대 주주는 32%의 주식을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이다. 현재 광윤사의 대표이사인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의 편을 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사주조합만 자신의 편으로 설득할 수 있으면 롯데홀딩스 전체 주식의 3분의 2 정도를 장악할 수 있다. 그러나 17일 주총의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신 전 부회장이 아직 우리사주조합 쪽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총을 소집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싸우려는 생각이 아니다.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동생에게 조언해 가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17일 주총은 일단 신동빈 롯데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자신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명확히 선언한 셈이다. 일본 언론들도 “회사의 내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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