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잘 먹고 잘 사는 ‘웰빙’에 이어 잠을 잘 자는 ‘웰슬리핑’ 시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이들도 늘면서 잠자기 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숙면을 돕는 음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2007~2011년)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는 2007년 20만여명에서 2011년 38만여명으로 5년간 약 17만여명(84.6%)이 증가했다. 대한수면학회 등 관련 학회 보고자료에서도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12%인 40만명이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이 늘면서 숙면을 돕는 기능성 침구와 함께 관련 식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숙면 음료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오설록의 ‘티어클락 10피엠(PM)’과 티젠의 ‘굿나잇’은 캐모마일 등 숙면에 도움이 되는 허브를 블렌딩한 차 제품이다. 제품 이름에서도 자기 전 마시는 음료라는 콘셉트를 전달한다. 캐나다 음료업체가 내놓은 탄산음료 ‘슬로우카우’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엘(L)-테아닌 성분과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발레리안 뿌리 추출물을 배합한 제품이다. 씨제이(CJ) 제일제당 ‘슬리피즈’는 멜라토닌이 다량 함유된 ‘나이트 밀크’를 분말 형태로 만든 식품이고, 하이트진로의 무알코올음료 ‘하이트제로 0.00’은 주재료인 호프(Hop)가 유럽 민간에서 수면에 좋은 약초로 쓰였다며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런 음료들이 효과가 있을까? 오설록은 “숙면에 도움을 주는 허브를 블렌딩한 제품이라 따로 효능 검증 실험을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씨제이 제일제당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이지만 그 기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 대학병원에서 실험을 했고, 8월말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면서 “제품을 체험해 본 소비자들이 개운하게 잘 잤다는 평가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수면전문의 신홍범 박사는 “호프나 발레리안 허브 등은 유럽에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초로 알려져 있고, 테아닌이나 멜라토닌도 역시 수면에 영향을 준다”면서도 “맥주를 마시고 자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런 성분이 든 제품을 먹는다고 잠을 아주 잘 잘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심 박사는 “잠을 자려면 체온이 0.3도 정도 떨어져야 하는데 열대야로 더운 요즘엔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지 않고, 에어컨을 틀고 자면 체온이 너무 떨어지는 바람에 새벽에 깨 잠을 잘 못 자는 것”이라며 “잠을 잘 자려면 체온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