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총괄회장(휠체어에 앉은 이)이 27일 밤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주사 역할 광윤사·롯데홀딩스
일본 비상장사 탓 지분공개 안돼
‘호텔’ 대주주 ‘L투자회사’도 깜깜
국내선 ‘외국인 투자’ 세금혜택도
일본 비상장사 탓 지분공개 안돼
‘호텔’ 대주주 ‘L투자회사’도 깜깜
국내선 ‘외국인 투자’ 세금혜택도
“일본 롯데홀딩스가 밝히지 않으니, 우리도 알 길이 없습니다.”
한·일 양국의 롯데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놓고 창업자 일가 안에서 분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롯데홀딩스 주주 구성을 묻는 질문에 롯데그룹 임원이 한 말이다. 그는 “광윤사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 28%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국내 재계 서열 5위에 올라 있는 대기업집단이다. 하지만 다른 재벌그룹들과는 달리 지배구조가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일본의 비상장 기업으로 사업보고서를 국내에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롯데 계열사 지배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복잡한 집적회로를 연상시킨다. 국내에서 롯데그룹은 호텔롯데가 지배하고 있다. 호텔롯데 밑으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등이 계열 또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호텔롯데의 지난 3월말 기준 사업보고서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11개의 ‘일본주식회사엘(L)투자회사’가 3.32~15.63%씩 주식을 나눠 전체 72.65%를 갖고 있다. 또 일본 광윤사 5.45%, 일본㈜패밀리 2.11%, 부산롯데호텔 0.55%, 호텔롯데 0.17% 등으로 일본계 회사나 호텔롯데 관련 회사가 전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지분구조가 국내에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호텔롯데 단계까지만 파악이 된다는 점이다. 국내 롯데계열사 공시 내용 가운데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쪽 전략적 투자회사가 포함된 적은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7월 롯데알미늄 사업보고서 공시서류에 최대주주 기재란이 공란으로 돼 있어 공시서류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롯데알미늄은 최대주주가 롯데제2투자회사(35%)라고 채워넣는 것에 그쳤다. 앞서 2013년 11월, 부산롯데호텔이 최대주주 현황을 기재하지 않아 보완 요구를 했을 때도 부산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47%)가 최대주주라고 공시하는 것에 머물렀다.
김태성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총괄팀장은 “(지배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의 주식을 신격호 총괄회장과 두 아들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들 회사 모두 외국 법인인데다 비상장사여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공개가 안 돼 있다”며 “금감원에서도 파악해보려고 했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있는 롯데는 ‘외국인 투자’를 명목으로 과거 국내투자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다. 자본금의 99.6%가 일본 롯데 소속의 일본인 명의로 돼 있던 부산 호텔롯데가 롯데쇼핑과 함께 1984~1989년에 걸쳐 옛 부산상고 터를 사들였을 때,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적용받아 당시 가치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면제받은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일본 기업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지배구조를 상세히 공개할 의무가 없고, 일본 롯데도 공개를 피하고 있다. 롯데 임원은 “롯데가 한국에 투자할 때 많은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투자회사를 만들었고, 그 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신 롯데는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한국에서 번 돈의 98%를 한국에서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김수헌 유신재 기자 minerva@hani.co.kr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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