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 밑으로 28일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1.55% 내린 5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 쪽에 자신의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데, 이때 기준가격(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삼성물산 보통주의 경우 5만7234원이다. 그보다 234원 싸진 것이다. 합병안이 발표된 5월26일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삼성물산 주가가 계속 행사가격을 밑돌면 주주들은 회사 쪽에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물론 합병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2~16일 사이 합병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고,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합병에 반대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주주라면, 다음달 6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주식을 장내에서 파는 경우 매도금액의 0.3%만 거래세로 내면 되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장외거래로 간주돼 거래세율이 0.5%로 높아지고, 차익(주식매수청구가-취득가)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22%(주민세 2% 포함)를 추가로 내야 한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장내에서 주식을 파는 게 나은지 면밀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가 사달라고 요청한 주식이 1조5000억원어치를 넘으면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합병 반대를 주도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7.12% 모두에 대해 청구권 행사를 해도 가액은 6368억원에 그친다. 더욱이 엘리엇 지분 가운데 2% 정도는 합병 공시 뒤에 매수한 것이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결국 1조5000억원을 넘으려면 다른 외국계나 소액주주들이 1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증권업계에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자격을 갖춘 주주의 보유 주식 규모가 그 정도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 가액이 1조5000억원을 초과한다고 해서 반드시 합병이 무산되는 것도 아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공시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합계가 1조5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제일모직이나 삼성물산이 주식매수청구 가액에 상관없이 합병하기로 하면 합병이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