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인 휴전선 철조망으로 피아노줄을 만든 ‘통일의 피아노’가 20일 오후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현관에 전시돼 한 시민이 둘러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 철조망을 현으로 쓴 피아노가 제작돼 연주된다. 매끈한 강철 피아노줄 대신 울퉁불퉁한 철조망을 사용한 피아노의 이름은 ‘통일의 피아노’다.
통일부와 제일기획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철조망을 줄로 쓴 피아노를 만들어 전시·연주에 활용하는 ‘통일의 피아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오는 9월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북한 프로젝트’ 전시회의 부대행사 중 하나로 미술관 로비에 전시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피아노와 함께 분단을 상징하는 전시물들을 배치하고 통일의 피아노로 연주한 음악과 피아노 제작 과정 등을 담은 영상(youtu.be/Va-suFpjgjg)을 선보일 계획이다.
피아노 제작은 창작악기 고안 및 연주로 유명한 월드뮤직그룹 ‘공명’이 맡았다. 공명 소속 음악가들은 실제 최전방 군부대에서 회수해 온 철조망을 이용해 3개월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악기를 탄생시켰다. 그랜드피아노의 고급스러운 외관과 날카로운 철조망으로 만든 피아노줄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피아노는 음색도 특이하다. 강철 소재의 얇고 반듯한 피아노줄 대신 오래되고 두꺼운 철조망을 사용해 청량한 소리 대신 타악기에 가까운 묵직한 소리가 난다.
통일의 피아노는 광복절인 8월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합창단의 ‘광복 70년 한민족 합창축제’에서 무대에 올라 연주될 예정이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은 “거친 철조각에서 음악을 탄생시킨 통일의 피아노처럼 통일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제일기획 이성하 카피라이터는 “지난해 방한한 교황에게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면류관을 선물하는 것을 보고 철조망이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평화의 소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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