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5일 남과 북 경제단체가 각각 평양과 서울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비롯한 남북경제교류 7대 과제를 발표했다. 보수 성향의 경제단체에서도 남북간 경제교류가 점점 줄어드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남북경협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경련 주최로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 세미나에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최근 수년간 남북관계 상황은 더욱 꼬여가는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남한이나, 시장화와 개혁 확대를 꾀하는 북한 모두 현재의 남북 경제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남북경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전경련 산하 연구기구인 한국경제연구원 최수영 연구위원이 전경련을 대표해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제 7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에서 남쪽의 전경련과 북쪽의 조선경제개발협회가 상대방 수도인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남북 당국자나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일시적 방문이 아닌 상주 형태로 상대방 수도에 체류한 경우는 없었다.
또 전경련은 한반도 서부에 서울과 평양 신의주를 잇는 육로·철도를 연결·보수해 평양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과제도 제시했다. 동쪽으로는 설악산과 금강산부터 원산까지 연결해 ‘동해안 국제 관광벨트’를 조성하자는 청사진도 내놨다. 남쪽 기업과 북쪽 기업을 연결해 지원하는 ‘북한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쪽의 5·24 조치 이후 북한의 대중국 교역의존도가 90%에 이르는 등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남북경제협력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7대 과제 발표는 전경련의 공식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박 전무는 또 1995년 전경련이 내놓았던 남북경제교류 5대 원칙을 발전시켜 새로운 5대 원칙을 발표했다.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경제 교류’, ‘북한의 자기주도적 경제개발’과 같이 북한의 주도성과 파트너십을 인정해주는 내용이 들어갔다.
전경련이 남북경제교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배경에는 남북경협과 통일을 고령화 등으로 인한 저성장 탈출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경제계의 기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곽강수 포스코경영연구원 글로벌연구센터장은 “통일은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최대 원동력으로 2015년에 통일을 한다면 2050년에는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청와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에 이러한 방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로, 정부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곽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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