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왼쪽)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지난 5월25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 제공
10일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인 에치디씨(HDC)신라면세점과 한화그룹 계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황금티켓을 거머쥐면서 유통재벌들의 자존심을 건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시내면세점 입찰과정은 터무니없이 낮은 특허수수료와 사업자 선정방식 등에서 문제점을 두루 노출했다.
먼저 독과점 논란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롯데(60.5%)와 호텔신라(26.5%)가 총 87%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롯데가 50.7%, 호텔신라가 30.7%로 둘을 합하면 여전히 독과점 구조다.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이란 우회로를 통해 독과점사업자의 약점을 상쇄했다지만 따지고보면 그렇지도 않다. 호텔신라는 신라면세점 외에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동화면세점 지분을 19.9% 갖고 있다. 호텔신라가 지분 50%를 갖고 있는 HDC신라가 이번에 신규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호텔신라는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지배력이 더 커졌다. 입찰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 면세점시장 독과점에 대한 현장실태조사에 나섰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독과점을 묵인해준 통과 절차에 불과한 격이 됐다.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간의 특허수수료에 대한 형평성도 제기된다. 시내면세사업자가 정부에 내는 특허수수료는 지난해 3월 관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해당 연도 매출액의 0.05%만 내도록 변경됐다. 이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사업자의 연간 임대료 지불금액이 매출액의 30% 이상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한 기업의 임원조차 “특허수수료가 도박장·홈쇼핑 등은 물론이고 공항면세점과도 비교해 낮은 건 사실”이라면서 “면세점 사업이 특허가 아닌 특혜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스스로 털어놨다. 면세점은 우리나라 안에서 생산된 상품이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면세해주는 것인데, 세수 감소를 동반하는 ‘특혜’ 측면이 있다.
면세점 특허권이 종전 10년 단위에서 5년 단위로 재입찰하도록 한 방식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대기업 독점을 막고 중소기업에 면세사업 진출 기회를 주자는 애초 개정 취지와 달리 오히려 과열·혼탁 경쟁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기업의 담당자는 “글로벌 면세사업자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판에 (재벌기업들간의 사활을 건)우리 내부 경쟁에 내몰렸다”면서 “면세사업은 인테리어비용, 물품구입비, 고용 문제 등 초기투자 비용이 많은데 5년마다 재갱신하느라 낭비 요소가 크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관세청의 한 간부도 “88올림픽 등을 유치하면서 30개까지 늘었던 면세점이 다 망하고 지금은 10개 안팎으로 남은 건 이 사업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유커 때문에 관심받는 사업이 됐지만 제도에 허점이 많은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면세점은 재벌 특혜사업”이라며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업자가 사업권을 갖는, 곧 사업자의 이익을 국고로 더 많이 환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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