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알면 보인다…‘내부자 부패행위’ 감별 이상징후 5가지

등록 2015-07-06 19:38수정 2015-07-06 19:54

지난 6월22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반부패 경영시스템 시범사업’에서 런던경시청 소속 마이크 베츠 경사는 조직에서 찾을 수 있는 부패 위험 징후와 부패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영국표준협회 제공
지난 6월22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반부패 경영시스템 시범사업’에서 런던경시청 소속 마이크 베츠 경사는 조직에서 찾을 수 있는 부패 위험 징후와 부패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영국표준협회 제공
[싱크탱크 광장] 런던경시청 부패 담당 마이크 베츠 경사 ‘반부패 경영시스템 시범 사업’ 강의
#사례1. 지난해 12월 종영된 케이블방송 드라마 <미생>에서 어느 날 주인공 장그래가 속해 있던 영업 3팀에 박과장(김희원 분)이 충원된다. 그는 근무시간에 사우나와 당구장에 가고 주식 거래를 하는 등 업무는 뒷전이다. 요르단에 중고차를 수출하는 사업계획서에는 ‘대기업의 이기심’ 없이 협력업체 이윤을 평균보다 높게 반영했다. 수상함을 느낀 팀원들은 조사 끝에 박과장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부당이득을 챙겨온 사실을 적발했다.

조직 구성원의 ‘부패 징후’를 미리 감지할 수는 없을까? 영국 런던경시청 소속 마이크 베츠 경사는 “구성원 개인과 조직적 차원에서 위험 징후들이 나타난다. 임직원의 삶의 방식과 행동에서 변화가 느껴지거나 조직 구조와 재무 상태, 제품과 서비스의 질에서 평소와 다른 상황이 포착될 경우 일단 부패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츠 경사는 런던경시청에서 20여년간 뇌물수수 등 부패 사건을 담당해온 전문가로, 지난 6월22일 영국표준협회 주관으로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반부패 경영시스템 시범사업’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영국표준협회-런던경시청 업무협약
2013년 반부패 경영교육 개발 운영
“뇌물수수 등 부패 행위는
소비자·기업 생태계에 많은 불이익
뇌물 성격·규모 알아야 대응 가능”

베츠 경사는 개인 및 조직 차원의 부패 위험 신호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우선 직장에서의 행동이 변하는 경우다. 드라마 속 박과장은 업무에 태만하고 신경질적이다. 같은 팀원들에게도 사업의 구체적 내용이나 협력업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지고, 다른 임직원이 자신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제재하려 한다. 때로는 정보를 숨기려 일찍 출근해서 마지막에 퇴근하고 휴가를 가지 않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베츠 경사는 “뇌물수수 등 비리 행위에 가담하게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행동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 둘째로 개인적인 삶의 방식도 변화가 생긴다. 갑자기 값비싼 차를 사거나 고급 휴양지로 여행을 가고 도박에 빠지는 등의 모습이다. 셋째는 조직의 구조적 문제점이다. 정보 보안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거나 경비가 허술한 경우, 업무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부패 위험이 높다. 입찰이나 계약 절차를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거나 업무의 책임 구분이 모호한 조직 형태도 부패 위험을 키운다. 넷째는 평소와 다른 재무 상황이다. 평균을 웃도는 이윤이나 비용을 책정할 경우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의심해봐야 한다. 비용 지급을 과다하게 재촉하고 원본이 아닌 문서를 사용하는 것 등이 위험 징후다. 마지막으로 제품과 서비스 질의 하락이다.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거나 불량품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보통 뇌물수수나 비리 등 부패 행위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사례2. 2012년 영국 유통업체 2위 슈퍼마켓체인 세인즈베리에서 뇌물수수 사건이 터졌다. 이곳 감자 유통량 45%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구매 담당자 간 비리 행위였다. 세인즈베리 구매 담당자는 감자 가격을 높게 책정해 협력업체에 약 870만파운드(약 152억원)를 추가 집행했다. 그 대가로 구매 담당자는 약 150만파운드(약 26억원)의 뇌물을 챙겨, 모나코의 고급 휴양지로 여행을 가는 등 호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매 담당자와 협력업체 관계자는 각각 4년과 3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세인즈베리의 구매 담당자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었고, 협력업체는 감자 납품을 유지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뇌물을 건넸다. 그 결과 회사는 원래 가격보다 비싼 값을 주고 감자를 구매해야 했고, 그 비용 중 일부는 소비자에게 전가되었다.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조직이 ‘부패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베츠 경사는 반부패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기업 내 영향력의 흐름과 부패로의 유인, 부패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패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권리를 남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조직 내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어떻게 행사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당연히 영향력이 큰 의사결정권자들이 부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영향력의 흐름상에 놓인 구성원들 사이에 부패를 유인하는 방식과 수단을 예측해야 한다. 유인에 사용되는 것들은 전통적인 돈이나 주식이 될 수도 있고, 자녀의 교육비 대납이나 심지어 자녀의 채용이 될 수도 있다. 부패는 발각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기업은 물론 소비자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발각될 경우에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기업가치가 하락한다.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느껴 이탈하고 내부 임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된다. 발각되지 않은 부패도 마찬가지다. 만약 부정한 방식의 협력업체가 뇌물로 선정되었다면 이로 인해 적격한 협력업체가 떠날 수 있다. 뇌물로 사용된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는 결국 제품 질과 기업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베츠 경사는 “뇌물수수와 같은 부패 행위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기업 생태계에 많은 불이익을 가져다준다. 뇌물의 성격과 규모를 이해해야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여의도 카톡 먹통 대비, ‘브릿지파이’ 미리 설치하세요 1.

여의도 카톡 먹통 대비, ‘브릿지파이’ 미리 설치하세요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2.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이창용 “계엄 선포 장면, 처음엔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 3.

이창용 “계엄 선포 장면, 처음엔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4.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5.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