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미국식 모델 이젠 안맞아…‘분산과 협력’의 경제가 해법”

등록 2015-06-30 16:21

남경필 경기도지사(새누리당)가 22일 오후 수원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기도의 사회적 경제 정책과 연정 시스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남경필 경기도지사(새누리당)가 22일 오후 수원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기도의 사회적 경제 정책과 연정 시스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남경필 경기도지사 ‘사회적 경제’를 말하다
“질문에 없는 이야기부터 하면 어떨까요?”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남경필 지사는 대뜸 “사전 질문은 서면으로 대체하자”며 이렇게 제안했다. 그러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피력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남 지사가 직접 작명한 사회적 경제 브랜드는 ‘따복 공동체’다. 미국 유학 시절 한 선배의 부인이 되뇌던 ‘따뜻하고 복된 우리집’이 가슴에 남았다고 한다. 그는 “사회적 경제는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경제와 새로운 정치의 열쇳말은 ‘사회적 경제’와 ‘연정’이다. 권력과 부의 집중을 해소하고 미래 사회의 일자리를 위한 큰 틀의 솔루션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파시즘 이후 독일 사회가 구축한 새로운 정치와 경제 질서가 벤치마킹 모델이자 모티브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은 우리한테 더는 맞지 않는 옷”이며 “우리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큰 이야기만 했나요?” 인터뷰 말미에는 따복 택시와 유기견 파크 등 깨알 같은 구상과 정책들을 쏟아냈다.

-도지사 취임과 함께 ‘연정’과 ‘사회적 경제’라는 큰 틀의 화두를 던졌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사회적 경제는 상생·호혜·연대의 기본 원리로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즉 양극화와 실업, 노후 불안 등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본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시장경제 체제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체제를 포함한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연정은 이런 변화를 이뤄나가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데.

“파시즘 이후 독일이 정치·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한번 보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과 우파 파시즘을 겪고 난 독일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간 시기다. 정치인과 지식인이 오랜 논의를 거쳐 질서 자유주의 철학을 받아들여 지금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연정 체제 등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우리는 해방 후 미국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시스템은 수십년간 훌륭히 작동했고 압축성장의 주된 동력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화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체제는 이제는 우리한테는 안 맞는 옷이 됐다. 권력과 부가 집중되면서 왜곡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 않나.”

-‘독일식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인가?

“독일식 체제는 권력과 부의 ‘분산과 협업’이 핵심 키워드다. 사회적 경제는 부의 불균형을 합리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부의 분산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분산이 필요한데, 미국식 모델인 지금의 대통령제와 양당제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미국은 연방 체제로 권력 분산이 우리보다 나은 편인데도 재정 절벽 등 갈등 요소가 쉼없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식 모델을 모티브로 우리만의 새로운 정치·경제 체제로 사회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이며, 정치인이 풀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새누리당). 경기도청 제공
남경필 경기도지사(새누리당). 경기도청 제공

마을 공동체 기반 ‘연대와 협동’의 생태계

-경기도의 사회적 경제 정책 브랜드가 ‘따복 공동체’다. 직접 이름을 지은 대표 공약이기도 한데, 목표는 무엇이며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마을 공동체에 기반한 연대와 협동으로 호혜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식 모델을 뛰어넘는 ‘경기도 스탠더드’를 만들고 싶다. 따복 공동체는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따복 공동체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조례를 개정하고 위원회를 구성했다. 올 들어서는 마을 공동체와 사회적 경제 조직의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현장의 혼선을 없애기 위해 행정 조직과 민간의 중간지원 조직을 통합해 일원화한 것이다. 이달 초에는 민간 전문가 조직인 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민간과 현장 주도의 시스템이다. 앞으로 따복 공동체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프로그램과 사업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사회적 가치 담은 프로그램이 예산보다 중요

-사회적 경제 정책의 기본 원칙은 뭔가?

“민간과 현장 전문가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지원하면 망한다’고 말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하향식 정책을 만들어 예산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자율성을 해칠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공감하고 동의한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과 콘텐츠다. 재원과 공간 등 하드웨어는 그다음이다. 저의 원칙은 ‘프로그램을 가져오세요. 그러면 협력하고 지원하겠습니다’라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우리 사회에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윤 창출을 해야 하는 기업 모델로는 이런 가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성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적합한 협동조합 모델을 확산하고 지원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협동조합·마을기업·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민간의 사회적 경제 주체들과 어떻게 협력하고 있나?

“실질적인 협력의 장을 만들었다. 사회적 경제 주체들과 중간지원조직,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따복 포럼’을 얼마 전 구성했다. 이 포럼에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가 참여해 사회적 경제 주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활성화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다. 현장성 있는 정책과 지원, 민관 거버넌스의 원칙을 갖고 협력과 연대의 정신으로 정책을 공유할 것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있다. 의회는 야당이 다수다. 모두 선출직이다. 이들과의 협력은 잘되나?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어촌 지역이 두루 산재해 있다. 그만큼 시·군마다 이해와 요구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따복 공동체 사업은 여야 연정의 주요 사업이며, 연정 시스템을 통한 협력으로 풀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도내 31개 시·군 단체장들과 함께 1박2일 워크숍을 했다. 공동체 회복과 대안 경제로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부터 도의회와 ‘연정 예산’ 틀에서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역시 사업의 중요성을 두루 공감하기에, 별다른 갈등 없이 잘 해결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 정책은 무엇인가? 성과는 어떤가?

“경기도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벽지와 오지가 의외로 많다. 이 지역 주민들은 아침저녁으로 출퇴근과 통학을 하고, 낮시간에 장터와 병원을 오가고, 주말에 시내에 나오는 게 고통이다. 수익성 때문에 대중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따복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이천·안성·포천·여주·양평·가평 등 6개 시·군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마을에서 시내로 나올 때 버스 요금(1100~1500원) 정도만 내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금 차액은 경기도에서 30%, 시·군에서 70% 부담하는 방식이다. 사업 초기이지만 주민 호응도가 매우 높다. 5월 한달 동안 4개 시·군 43개 마을에서 왕복 기준 690회, 모두 1897명의 주민들이 이용했다. 맞춤형 ‘따복 버스’도 곧 운행할 예정이다. 다음달까지 운행 노선을 선정해 8월부터 시범 운행한다.”

-최근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인터넷 은행 추진 계획을 밝혔는데, 취지와 계획을 말해달라.

“독일과 이탈리아 등 사회적 경제 선진국을 방문하면서 ‘사회적 금융’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지난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독일의 지엘에스(GLS)은행과 친환경 기업에만 대출을 하는 움벨트방크 등을 둘러봤다.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금융이 시스템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도 금융 소외계층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금융당국과의 협의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 정책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도 추진한다는데.

“민간 투자로 공공 정책 사업을 추진한 뒤, 성과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기초생활 일반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탈수급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원하는 일반수급자들이 대상이다. 참여자의 일정 비율을 일정 기간에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현재 구체적인 방식을 용역 연구중이다. 수급자에겐 자립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복지 예산은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가 매우 큰 사업인데, 민간 투자자의 관심과 참여가 성공의 관건이다.”

일자리·에너지 문제, 사회적 경제로 풀겠다

-향후 중장기적으로 구상중인 프로그램이나 정책은?

“사회적 경제 패러다임으로 에너지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게 기본 뼈대다. 현재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에너지 자립률이 20% 안팎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에너지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탄소 감축이 가능한 조건이다. 유기견들을 위한 ‘도그 파크’도 만들 계획이다. 단지 유기견들을 모아놓은 집합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생명 네트워크 파크’로 키우고 싶다. 수천마리의 개들과 함께 놀이와 문화를 즐기는 프로그램과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에너지 공동체나 유기견 파크 같은 사업의 내용을 채우는 일은, 절대 공무원들이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사회적 가치에 동의하는 민간의 사회적 경제 주체, 그리고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 갈 영역이다.”

-임기 안에 어떤 성과를 거두고 싶나?

“사회적 경제는 곧 일자리다. 미래 사회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영역은 사회 서비스다. 앞으로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수많은 은퇴 후 직업과 청년 창업이 생길 것이다. 사회적 경제 패러다임은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장기적인 과정이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임기 안에 ‘무엇을 얼마나 실현하겠다’는 식의 수치 목표는 의미가 없다.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그게 바로 성과 아닌가.”

수원/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1.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사망보험금도 생전에 받아 쓴다…이르면 하반기부터 2.

사망보험금도 생전에 받아 쓴다…이르면 하반기부터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3.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BTS 촬영지 무궁화호 타고 떠나자…경기 북부 교외선 재개통 4.

BTS 촬영지 무궁화호 타고 떠나자…경기 북부 교외선 재개통

젠슨 황 만난 최태원 “하이닉스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 넘어서” 5.

젠슨 황 만난 최태원 “하이닉스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 넘어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