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애경디자인센터에서 오윤재 디자인1팀 차장이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와 사람] 애경디자인센터 오윤재 차장
주방세제 ‘트리오’, 세탁세제 ‘스파크’, 치약 ‘2080’은 모두 애경이 만든 10년 이상 장수 브랜드다. 고객 충성도가 높아 가격인상 같은 장벽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습관처럼 담기는 제품이다. 그만큼 디자인이나 성분을 새롭게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제품들이기도 하다.
10일 서울 홍대 애경디자인센터에서 만난 오윤재 차장(38)은 “장수 브랜드들은 디자인을 선뜻 바꿀 수가 없어요. 하지만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활자를 키우는 등의 변화를 조금씩 주고 있죠. 디자인을 10년 넘게 했는데 여전히 어렵네요”라며 웃었다.
유통점서 정식 제품 출고 요청
디자인 바꾼 바디샴푸 매출 2배로
“장수상품도 지루하지 않게
조금씩 변화 주고 있어요” 오 차장이 첫 직장으로 애경에 입사했던 2001년만 해도 디자인은 회사 안에서 관심영역이 아니었다. 디자인이 ‘혁신’처럼 떠받들어지고, 소비재 시장에서도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는 2005년에야 디자인 경영에 눈뜨기 시작했다. 마케팅팀에 속해있던 디자인팀을 별도사업부로 떼어내고, 2007년에는 디자인부서를 디자인센터로 독립시켰다. 지금은 ‘디자인 전략회의’를 매달 실시하고, 아이디어 워크숍을 여는 등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초기 제품 개발 단계부터 반영되고 있다. 장수 상품이긴 하지만 디자인에 변화가 생기자 소비자들은 더욱 빠르게 반응했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용으로 디자인한 치약 ‘2080’ 한정판은 시장에 내놓자마자 완판됐다. 개발자들이 디자인에 맞춰 캔디맛·쿠키맛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유명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협업해 만든 칫솔, 주방세제 등도 호평을 받았다. 최고의 역작은 오 차장이 참여한 케라시스 퍼퓸 샴푸다. “케라시스는 원래 향이 좋기로 유명한 샴푸에요. 2012년에 출시 10주년을 맞아 향기 유지시간을 늘리면서 꽃향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디자인 제품을 10만개 한정판으로 내놨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완판되면서 마트쪽에서 먼저 정식 제품으로 출고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때 한방·기능성 등으로 세분돼 있던 샴푸시장에 퍼퓸 샴푸라는 새 영역이 열리면서 타사들이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죠.” 바디샴푸와 명절선물세트에는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햅번의 사진을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선물세트임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아 세운 전략이었는데 대중에게 제대로 먹혔다. “고객 설문을 해보니 섹시한 이미지의 먼로는 바디샴푸와 어울리고, ‘워너비’ 햅번은 선물세트의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가 나타났어요. 디자인만 바꿨을 뿐인데 바디샴푸는 출시 1년만에 122% 성장하는 효과를 거뒀죠.” 세제와 샴푸 등은 가격이 저렴한 생활용품이다보니 디자이너가 마음껏 디자인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다. “좋은 디자인, 잘된 디자인이 뭐냐 물으면 결과적으로는 잘 팔리고 눈에 띄는 제품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어요. 누가 ‘잘 팔리는 제품의 디자인과 비슷하게 해보는 건 어때’라고 말을 할 때가 제일 힘들죠.” 자동차의 핸들, 바퀴 등 덩치가 큰 제품의 어느 한 부분만 디자인 하는 것보다 한 제품의 디자인을 온전히 완성할 수 있어 좋다는 오 차장은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집이라는 일상생활공간에서 쉽게 자주 볼 수 있다는 게 아주 뿌듯하다”며 엷게 웃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애경 제공
디자인 바꾼 바디샴푸 매출 2배로
“장수상품도 지루하지 않게
조금씩 변화 주고 있어요” 오 차장이 첫 직장으로 애경에 입사했던 2001년만 해도 디자인은 회사 안에서 관심영역이 아니었다. 디자인이 ‘혁신’처럼 떠받들어지고, 소비재 시장에서도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는 2005년에야 디자인 경영에 눈뜨기 시작했다. 마케팅팀에 속해있던 디자인팀을 별도사업부로 떼어내고, 2007년에는 디자인부서를 디자인센터로 독립시켰다. 지금은 ‘디자인 전략회의’를 매달 실시하고, 아이디어 워크숍을 여는 등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초기 제품 개발 단계부터 반영되고 있다. 장수 상품이긴 하지만 디자인에 변화가 생기자 소비자들은 더욱 빠르게 반응했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용으로 디자인한 치약 ‘2080’ 한정판은 시장에 내놓자마자 완판됐다. 개발자들이 디자인에 맞춰 캔디맛·쿠키맛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유명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협업해 만든 칫솔, 주방세제 등도 호평을 받았다. 최고의 역작은 오 차장이 참여한 케라시스 퍼퓸 샴푸다. “케라시스는 원래 향이 좋기로 유명한 샴푸에요. 2012년에 출시 10주년을 맞아 향기 유지시간을 늘리면서 꽃향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디자인 제품을 10만개 한정판으로 내놨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완판되면서 마트쪽에서 먼저 정식 제품으로 출고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때 한방·기능성 등으로 세분돼 있던 샴푸시장에 퍼퓸 샴푸라는 새 영역이 열리면서 타사들이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죠.” 바디샴푸와 명절선물세트에는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햅번의 사진을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선물세트임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아 세운 전략이었는데 대중에게 제대로 먹혔다. “고객 설문을 해보니 섹시한 이미지의 먼로는 바디샴푸와 어울리고, ‘워너비’ 햅번은 선물세트의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가 나타났어요. 디자인만 바꿨을 뿐인데 바디샴푸는 출시 1년만에 122% 성장하는 효과를 거뒀죠.” 세제와 샴푸 등은 가격이 저렴한 생활용품이다보니 디자이너가 마음껏 디자인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다. “좋은 디자인, 잘된 디자인이 뭐냐 물으면 결과적으로는 잘 팔리고 눈에 띄는 제품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어요. 누가 ‘잘 팔리는 제품의 디자인과 비슷하게 해보는 건 어때’라고 말을 할 때가 제일 힘들죠.” 자동차의 핸들, 바퀴 등 덩치가 큰 제품의 어느 한 부분만 디자인 하는 것보다 한 제품의 디자인을 온전히 완성할 수 있어 좋다는 오 차장은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집이라는 일상생활공간에서 쉽게 자주 볼 수 있다는 게 아주 뿌듯하다”며 엷게 웃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애경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