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려는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메르스 확산 우려에 세일과 관광객 이벤트 등 사람이 몰릴 만한 행사가 취소되는 곳마저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달(1~13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9.0% 줄었다. 같은 기간에 롯데백화점은 5.3%, 현대백화점은 5.4%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자 백화점들은 대신에 온라인몰 세일 행사 등에 부쩍 신경 쓰는 모양새다. 온라인몰에서 15일부터 일주일간 ‘골든쇼핑위크’ 행사를 여는 신세계백화점은 “휴점일(15일)에 맞춰 준비된 온라인 행사였으나 메르스 영향까지 반영해 품목 등에 좀더 힘을 실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생필품 판매가 많은 대형마트 쪽도 매출 하락세가 뚜렷하다. 롯데마트의 이달(1~11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 줄었다. 이마트도 같은 기간에 7.6% 매출이 하락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은 성장세다.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온라인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61.8%나 올랐다고 밝혔다. 생필품 수요가 온라인 쇼핑으로 이어진 셈이다.
메르스 여파로 사람을 많이 불러모으는 판촉 행사나 대형 이벤트가 취소가 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롯데호텔 소공동점은 이달 초 예정했던 6000만원 상당의 대만 관광객 식사 행사를 메르스 파동으로 취소했다. 이케아 광명점은 지난 12일부터 시작하려 했던 세일 행사를 미루었다. 이케아코리아는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광명시의 권유로 세일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쪽은 “6월은 ‘가정의 달’이었던 5월에 견줘 세일 등 판촉 행사가 원래 적은 시점이라 행사 취소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메르스 확산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수출을 병행하는 중소기업들도 메르스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코트라 김재홍 사장은 14일 관련 업계 사람들과 함께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김종연 쌍계명차 대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구매가 회사 전체 매출 중 5%가량을 차지한다”며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데다 가짜 백수오 파동까지 겹쳐 6월 들어 하루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쌍계명차는 지리산 화개동 야생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다. 유리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생산하는 삼광글라스 박만수 전무도 “아직까지 메르스 탓에 (수출) 주문이 취소된 사례는 없으나 외국 거래처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르스 여파로 한국 방문 예약을 취소한 외국인 누적 인원이 12일 10만명을 넘어서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면세점과 명동 화장품 거리 등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줄면서 명동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국면이 오래가면 유커의 돌아선 마음을 다시 잡기 힘들지 않겠냐”며 “정부가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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