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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민연금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등록 2015-06-01 20:37수정 2015-06-02 11:22

서울 신천동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2015.5.5  연합뉴스
서울 신천동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2015.5.5 연합뉴스
[김공회의 경제산책]
국민연금이 위기다. 2060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된단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적립식이라, 한 사람이 자신이 적립해둔 것만 받고 곧장 죽는다면 기금이 고갈될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의학발달 등으로 수명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자신의 적립분을 모두 받은 은퇴자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하기 위해선 아직 은퇴하지 않은 이들의 적립분을 일부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런 일이 계속되면 결국 연금기금은 바닥날 것이다. 출산율 저하는 그런 고갈시점을 더 앞당긴다.

위와 같은 성격 때문에 현재의 국민연금 위기가 ‘세대 간 전쟁’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이 처한 위기는 세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것은 오직 겉모습이며, 사태의 핵심은 임금에 있다.

임금이란 무엇인가? 평범한 노동자 갑돌이와 그를 고용한 기업만 두고 보면, 무엇보다 임금은 하룻동안 소진된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이다. ‘막노동’판에서의 ‘일당’을 생각하면 쉽다. 임금으로 각종 생필품과 약간의 기호품을 소비함으로써 갑돌이는 자신의 노동력은 물론 하루의 삶을 재생산한다.

사회적으로, 그리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조금 다르다. 사람이 평생 노동을 할 순 없기 때문이다. 수명이 70년이라면, 처음 20년과 나중 10년 정도는 일을 못 하고, 따라서 임금도 없다. 그러나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보여줬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임금은 유일한 소득원이다. 이 때문에 갑돌이가 일하는 40년 동안 받는 임금엔 그가 일하지 않는 30년 동안의 생활비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회는 곧 붕괴하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40년치 임금이 70년의 삶을 사는 데 충분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 유지를 위한 일종의 ‘철의 법칙’이다. 실제 현실에선 부모와 자식 간에 부양을 주고 받지만, 이는 세대를 거듭하며 상쇄될 것이기에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어떤 사회가 40년 일해서 70년 사는 식으로 안정화되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어느 순간 수명이 10년 연장되었다고 하자. 이제 사람들은 40년 일해서 80년을 살아야 한다. 과연 추가적인 10년을 살아갈 비용은 어디에서 나올까?

오늘 우리가 직면한 국민연금의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분명 국민연금은 그 어떤 사적 연금제도보다 효율적이고 가입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아무리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조정해도, 그리고 연금지급시점을 늦추거나 심지어 모든 세대가 뭉쳐 연대의식을 발휘해도(!), 수명 늘어난 이들이 ‘추가적인 10년’을 살아낼 비용이 거기서 솟아나진 않는다. 앞서의 ‘철의 법칙’에 비춰보면, 이는 늘어난 수명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이렇게 임금이 오르기만 한다면, 원칙적으로 어떠한 세대 간 갈등도 야기되지 않을 것이다.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오늘 한국사회의 국민연금 위기 논란은 참으로 고약하다. 그것은 위와 같은 진실은 외면한 채, 늘어난 수명의 책임주체가 개인이라는 노골적인 가정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사태의 본질에 대한 솔직하고 정확한 인식 위에서만 실질적인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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