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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왜 ‘완전고용’을 목표로 삼지 않는가

등록 2015-05-17 20:17수정 2015-05-18 14:33

김공회의 경제산책
‘실업이란 코끼리와 같다. 감지하기는 쉽지만 정의하긴 어렵다.’ 한 경제학자의 토로다. 이 익살 넘치는 표현은 경제학자들이 실업이라는 문제를 얼마나 까다롭게 여기는지를 잘 나타낸다. 하지만 그 어려움의 성격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

과연 실업은 빈곤이나 주택난 등과 더불어 자본주의가 그 높은 생산력의 대가로 인류에게 안겨준 저주였다. 애초 자본주의 형성기엔, 마르크스나 폴라니 같은 저자들이 잘 보여줬듯이, 자본가들과 국가권력이 합심해 자본주의적 착취의 근간인 대규모 임노동자 집단을 만들어내고자 혈안이었다. 대부분 농민이던 서민들을 그들의 삶의 근거인 토지로부터 강제로 분리해 공장이 있는 도시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던 것일까? 이미 1820년대에 도시는 실업자로 넘쳐나게 된다. 전쟁에서 돌아온 장병들이나 기계화의 진전에 따라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폭동(러다이트 운동)은 작은 사례일 뿐이다. 1870년대에 이르면, 실업자들의 시위가 노동운동의 전투성을 주도하기에 이른다. 역사책에 ‘피의 일요일’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폭력진압으로 유명한 1887년 11월13일 런던 트래펄가광장 시위의 핵심 의제가 실업이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대중의 피와 눈물을 뽑아내고 나서야 비로소 실업은 공식적인 정치의 장에서 논의 주제가 된다. 1882년 ‘실업 상태의’(unemployed)에 이어 1888년 마침내 ‘실업’(unemployment)이라는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고, 같은 해 영국의 보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실업을 ‘현대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다른 한편, 경제학자들이야말로 실업을 인정하는 데 가장 인색했다. 훗날 케인스의 말을 빌리면, 19세기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공급은 그 자신의 수요를 창조한다’는 생각(이를 프랑스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 ‘세(Say)의 법칙’이라고 부른다)에 입각해 있던데다, 때때로 실업을 인정할 때도 그것을 인구 과잉에 따른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해, 그 해결도 노동자들의 성욕 절제(!)와 같은 데서 찾곤 했다. 이렇게 보면, 경제학자에게 실업은 정의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정의하기 싫은 문제가 아니었나도 싶다.

물론 그런 태도는 20세기 들어 실업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인식되면서 호되게 비판받았다. 무엇보다 실업을 경제구조적 문제로 확립하려는 케인스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결과적으로 이는 20세기 중반기 대부분의 자본주의 정부들이 추구했던 (적어도 명목상의) 완전고용 정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이상으로부터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역사의 퇴보라고 불러야 마땅한 한 가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기간 동안 20세기 역사와 경제학이 달성한 하나의 중요한 성과, 즉 실업이란 퇴치해야 할 사회적 질병이라는 인식이 깡그리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을 위한 이윤 확보라는 ‘대의’를 위해 그간 힘겹게 쌓아올렸던 고용안전망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불완전고용에 내몰렸으며, 특히 청년들의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가장 나쁜 것은, 이 와중에도 정부는 ‘완전고용’을 정책목표로조차 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단어는 이제 정부의 용어집에서 사라진 것인가?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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