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매장에 진열된 아이스크림. 한겨레 자료사진
마트 등에서 ‘아이스크림 반값할인’ ‘원가세일’ 등을 해도 소비자들은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 몰라 진짜로 싸게 구매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가 유명무실한 탓이다.
2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중인 과자·라면·아이스크림 등 10개사 186개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81개 제품(43.5%)에만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 2년전인 2013년 5월 같은 조사(동일 품목) 당시와 비교해보면 권장소비자가격 미표시율은 39.8%에서 56.5%로 높아졌다.
과자류의 가격 표시율이 2013년 77%에서 올해 53.3%로 떨어졌고, 라면도 51.5%에서 45.5%로 하락했다. 해태제과·빙그레·롯데제과·롯데삼강 등의 아이스크림·빙과류는 더 심각하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31개 품목 가운데 1개(해태 탱크보이)를 빼고는 권장소비자 가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소매점의 ‘반값 할인’ 행사가 빙과류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체별로는 농심이 홀로 과자와 라면 등 18개 제품에 모두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롯데제과·오리온·해태제과·크라운제과·빙그레· 삼양식품 등 6개 업체의 가격 표시율은 2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후퇴했다.
권장소비자가격 표기 의무는 지난 2010년 7월 최종 판매업자의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도입되면서 없어졌다. 하지만 이후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고 ‘할인율 뻥튀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2011년 7월 폐지됐다. 당시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약속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다보니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참여가 저조한 현실이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최근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는데 권장소비자가격이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은 인상을 눈치채기 어렵다”면서 “권장소비자가격을 식품업체의 자율에 맡겨 두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