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장애 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초 백수오를 원료로 만들었다는 제품 상당수가 가짜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 어버이날을 앞두고 백수오 제품을 선물로 생각했던 이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실제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이 3개 제품에 불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대상 중 21개 제품(65.6%)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만을 원료로 사용(12개 제품, 37.5%)하거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하여 제조(9개 제품, 28.1%)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개 제품(25.0%)은 백수오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다.
백수오 원료 사용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이 8개 제품 중 2개(일반 식품) 제품은 제조공법상 유전자검사가 가능한 제품이나 표시와 달리 백수오가 검출되지 않았다. 나머지 6개 제품(건강기능식품 5종, 일반식품 1종)은 제조공법상 최종제품에 유전자(DNA)가 남아있지 않아 이엽우피소 혼입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백수오 대신 사용된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외관상 형태는 유사하나 간독성·신경 쇠약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어 국내에선 아직 식용이 금지된 식품원료다. 소비자원은 최근 백수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재배기간이 짧고(백수오 2~3년, 이엽우피소 1년), 가격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해 제조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원은 해당 업체들에 허위 표시 제품에 대한 자발적 회수 및 폐기 조치를 권고한 결과 23개 업체가 이를 수용해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다만, 완제품에서 백수오 성분 확인이 어려웠던 6개 제품 제조 업체에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은 이천공장에 보관중인 이엽우피소 검출원료의 자발적 회수·폐기를 거부하고 있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내츄럴엔도텍은 같은 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소비자원의 검사 방식은 식약처의 공인된 검사 방식을 무시한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이 업체는 “소비자원이 분석한 백수오 샘플은 지난 2월 식약처가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던 같은 샘플”이라면서 “소비자원이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백수오 재고 28톤은 당사가 요청한 공동 연구나 제3의 공인시험기관 시험 결과를 얻을 때까지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업체는 소비자원의 일방적 조사결과 발표로 손해를 봤다며 소비자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원은 “검사 결과엔 문제가 없으며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사 등의 판매채널에 대해서는 회수 권고 등 별다른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면서 “식약처에도 백수오 식품의 원재료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