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이클레이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 분과세션에서 스웨덴 카트린 얌메 말뫼시 시장이 도시의 파트너십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제공
이클레이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
스웨덴 말뫼시·핀란드 투르쿠시
“공동으로 해법 찾아내는 게 중요”
스웨덴 말뫼시·핀란드 투르쿠시
“공동으로 해법 찾아내는 게 중요”
1980년대 스웨덴의 조선 산업이 쇠퇴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말뫼시의 서쪽 항구 휠리에 구역이다. 6000여명의 주민들이 직업을 잃고 삶의 터전을 떠났다. 휠리에 구역에 남은 것은 쓸모없어진 공장과 선박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뿐이었다. 말뫼시는 이 구역을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주거와 지식기반산업 센터로 전환하는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2011년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휠리에 전역에서 생산·소비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휠리에 프로젝트’가 실시됐다. 말뫼시는 기업, 도시개발 전문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전체 시설이 완공되는 2020년이 되면, 휠리에는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 시설을 갖춘 9000호의 가구와 사무 공간이 생기게 된다.
지난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이클레이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의 ‘지방정부 파트너십의 최적화’ 분과세션에서 휠리에의 사례를 발표한 카트린 얌메 말뫼시 시장은 “시 당국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환경, 에너지, 교통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량, 전문 기관의 창의적 해법, 주민들의 문화와 가치관을 함께 결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휠리에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구조에는 전력 회사와 폐기물 처리 업체 등 로컬 기업과 도시 전문가, 지역 주민, 말뫼시 당국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 말뫼시와 기후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생산·관리하는 전문 기술을 제공한다. 지역 주민들이 좀더 쉽고 안전하게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도시전문가들의 조언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다. 얌메 시장은 “최종 의사결정은 시 당국이 하지만, 사업의 비전을 모든 당사자들이 공유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실행 규칙을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도시의 파트너십 모델은 국경을 뛰어넘어 확산되고 있다. 말뫼시 사례를 벤치마킹해 ‘탄소중립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핀란드의 투르쿠시가 대표적이다. 말뫼시와 다른 점은 사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주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가 중간조력자로 참여해 참여 기관들의 논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교량 구실을 담당했다. 리스토 베이보 투르쿠시 기후환경정책 및 지속가능성부 개발팀장은 “사업 기획에서 실행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지만, 기후변화 관련 입법과 외부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으로 해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롤런드 헌지커 빌딩에너지효율담당 과장은 “향후 도시와 기업 간 협업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도시들이 도시-기업 협업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도시별 내외부 환경을 고려한 협업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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