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감원 피해신고의 64% 차지
돌려받는 비율도 금액기준 33% 불과
돌려받는 비율도 금액기준 33% 불과
대전에 사는 고아무개씨는 부모님의 병원비가 급히 필요해 돈을 구하고 있던 차에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정아무개씨한테 대출 상담을 받았다. 정씨는 고씨한테 “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려우니, 일단 대부업체로부터 고금리로 1200만원을 대출받아 3개월만 착실히 상환하면 연 4.5%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시켜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믿고 고씨는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뒤 정씨에게 전환수수료 명목으로 240만원을 건넸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정씨는 대출 중개업자를 가장한 사기꾼이었다.
금융감독원은 5일 불법적으로 대출 중개수수료를 뜯어내는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기존에는 대부업체 대출을 중개하면서 보증보험료,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한 전산작업비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가로채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씨 사례처럼 대출 중개를 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속아 저금리 전환 등을 미끼로 수수료를 뜯기는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전체 대부업체 불법 대출 중개수수료 피해 금액 가운데, 대출 중개도 없이 수수료를 가로채는 사례의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3년 71.7%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도 64.6%나 됐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대출 중개를 해준 것처럼 속여 수수료를 받아낸 뒤 잠적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신고를 하더라도 수수료를 돌려받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접수된 대부업체 불법 대출 중개수수료 피해신고는 2011년부터 올 3월까지 총 6755건(피해금액 172억96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금감원을 통해 대출 중개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돌려받은 경우는 3436건, 56억3300만원으로 각각 50.9%, 32.6%에 불과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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