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 등기임원서 속속 사퇴
산정기준 개선됐으나 아직 불명확
“납득할 수 있는 수준 멀어” 지적
산정기준 개선됐으나 아직 불명확
“납득할 수 있는 수준 멀어” 지적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 2년째를 맞았지만, 재벌그룹 총수 경영인들이 등기임원에서 빠지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나가는 허점은 여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해에는 회사 자율에 맡겼던 보수 산정 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가 올해부터는 ‘기준서식’에 따라 작성하도록 강화됐지만, ‘어떤 성과를 냈기에 그 정도의 보수를 받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보수 공시 제도는 등기임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거나 사퇴하는 방식으로 보수 공개를 회피할 수 있다. 이번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사람은 3명으로, 2013년 6명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이는 재벌그룹 총수 일가가 보수 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에서 속속 사임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임원 보수 산정의 기준과 근거를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은 올해 다소 개선됐다. 금융당국이 회사 자율에 맡기던 산정 기준과 방법을 양식에 맞춰 적어내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산정 근거, 산정 항목, 산출 과정 등을 충실히 기재하도록 했고, 특히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 등 계량지표와 준법경영·리더십 등 비계량지표의 상승 여부를 적시해 성과에 따른 보수 지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보수 산정 기준에 대한 공시가 지난해보다는 충실해졌지만, 여전히 성과급 지급의 근거가 된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확한 산출 근거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보수 산정 기준과 관련해 지난해에 견줘서는 발전한 측면이 있지만, 어떻게 평가해서 이런 금액이 책정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주 세밀하게 공개돼야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임원 보수의 정당성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데, 그런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게 미흡한 점”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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