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동이의 ‘쓸모’ 장난감 학교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장난감 부품으로 자신이 새로 만든 장난감을 자랑하고 있다. 금자동이 제공
장난감 재활용기업 ‘금자동이’
“재활용도 안 되고 썩지도 않는 최악의 환경오염 물질인 장난감에 새로운 가치와 감성을 입히는 일이죠.”
1998년 설립된 ‘금자동이’는 버려진 유아용품과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기업이다. 박준성 대표는 서울의 옛 구로공단에서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장난감과 유아용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싫증도 쉽게 내기 때문에 장난감과 유아용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사용 기간이 훨씬 짧다. 생활 형편이 낮은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구매하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이런 점에 주목해 자본금 400만원으로 장난감·유아용품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대만큼 장난감을 수거하고 판매하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생산-유통-영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재활용·재사용 사업은 기본적으로 생산 활동이 곧 수거 작업이어서, 사업자가 마음먹은 대로 생산량을 계획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수거 활동은 물류비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요. 처음에는 재활용 사업의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잘 알지 못했죠.” 박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내 유아원·어린이집에 일일이 전화를 해 사업을 홍보했다. 폐원 예정 기관을 방문해 버려지는 장난감을 수거하는 등 생산량 확보에 힘을 쏟았다. 이어 일반 고객들이 중고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쉽게 팔고 살 수 있도록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업체는 단순히 재활용품을 재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교육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2010년 문을 연 장난감 학교 ‘쓸모’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장난감 재활용품을 이용해 재활용의 가치와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중고 장난감을 분리·조립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보고, 고학년은 목재·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목공을 배운다. 청소년들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체계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나아가 예술가들의 협조를 얻어 버려진 장난감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아트업 페스티벌’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금자동이는 지난해 예기치 않게 사업의 큰 위기를 맞았다. 신사업으로 투자를 집중해온 쓸모 학교가 세월호 사건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학교와 교육 관련 기관의 각종 체험학습들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쓸모 학교의 신청 인원도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20명에 이르던 직원들을 4명으로 감축해야 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그렇지만 이를 계기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기존에 시도했던 다양한 사업 내용을 되돌아보며 규모가 작더라도 충실하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쓸모 학교의 폐목재 교육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립한 ‘여러가지 협동조합’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공동육아모임에서 만난 다섯명의 아빠들로 구성된 이 협동조합은 폐목재로 친환경 목재 교구를 만드는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마을공동체-협동조합-사회적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적인 사회적 경제 생태계 속에서 “시장에서 외면하고 있는,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금자동이의 또다른 실험이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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