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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어떻게 해야 환경 덜 해칠까? 고민이 사업으로

등록 2015-03-31 17:23

디자이너 출신 이경재 대표가 웨딩드레스 제작 작업에 한창이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 제공
디자이너 출신 이경재 대표가 웨딩드레스 제작 작업에 한창이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 제공
친환경 의류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저 웨딩드레스는 어떤 재질로 만든 걸까? 몇 번이나 입고 버려지게 될까? 눈부신 흰색을 위해 얼마나 많은 화학약품을 썼을까?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에코 웨딩’으로 유명하다. 이효리·이상순의 결혼식을 진행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효리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는 옥수수·한지·쐐기풀 등 자연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들었다. 땅에 묻히면 미생물이 분해해 흙으로 돌아가는 소재다. 결혼식에 사용한 화분은 하객들에게 나줘주고, 웨딩드레스는 일상복으로 수선해 신부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최근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마을 결혼식’ 역시 호응이 좋다.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벌써 14쌍이 식을 치렀다. 회사가 위치한 서울 성북구 지역의 동네 미용실·꽃집·맛집들을 결혼식의 파트너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 장수마을 할머니들의 손맛으로 기본 음식을 만들고, 실력 있는 동네 맛집들이 정성껏 개발해 내놓는 결혼식 뷔페 메뉴는 인기 만점이다. 결혼식 비용의 65%가량이 지역사회에서 지출된다. ‘로컬 푸드’의 콘셉트를 담은 ‘로컬 웨딩’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2008년 문을 연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해마다 두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엔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경재(35) 대표는 “에코 웨딩과 일반 예식장 웨딩을 비교할 때 들어가는 비용 규모는 비슷하다. 하지만 결혼 시장과 문화를 바꾸어 가는 것은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결혼식뿐만 아니라 700만~800만원 규모로 서울시청에서 치를 수 있는 ‘시민청 결혼식’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결혼식으로 유명하지만, 친환경 의류제조업 역시 또다른 주력 사업이다. 이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병원 환자복을 납품하게 되면서 단체복의 환경 피해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봉사활동 한다고 단체 재킷을 맞춰 한두 차례 입고는 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유니폼도 닳거나 해지지 않았는데도 관례적으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죠. 특히 소아암·피부암 병동까지 화학 표백을 한 환자복이 보급되고 세탁 과정에서 공업용 세제를 사용하는 걸 보고,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했죠.”

처음엔 친환경 환자복을 납품하기 위해 거의 1년여를 투자하기도 했다. 당시엔 친환경 원단을 판매하거나 생산하는 곳이 없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장들을 설득해 공정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힘겹게 납품을 했는데 ‘환자복이 칠부가 됐다’는 불만이 접수됐다. 병원복은 섭씨 130도 이상 고온에서 세탁하는데, 친환경 소재의 특성 탓에 원단이 줄어드는 축률이 12%나 된 것이다. 모든 옷을 수거해 다시 제작해 납품해야 했다. 이 업체는 천편일률적인 병원복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했다. 예컨대 환자들의 검진복에는 고급 호텔에서 입는 가운을 접목시켰고, 간호사 유니폼에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 하이넥을 적용했다.

이경재 대표는 ‘환경에 해가 덜 되는 소재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친환경 소재의 가능성을 알게 됐다. 설사 소재 전체가 천연소재가 아니라 해도 썩을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로 분해해 흙의 양분으로 돌아가게 하거나, 입자 자체를 파괴해 흙과 섞이게 하는 것이다. 페트병이나 어촌의 폐그물 등 재활용 소재로 훌륭한 섬유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비록 소재는 석유화학제품이지만 재활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친환경 소재뿐만 아니라 제작 공정과 폐기의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고려한 의류제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디자이너 출신인 이 대표는 “대부분의 디자인은 실루엣이나 컬러, 조형적인 요소 등 겉에 드러나는 것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는 공정과 사후 처리까지를 고려한 디자인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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