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30일 오후 경제관련장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성남/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제2금융권 난립…전산화 작업조차 어려워”
“더 급한불 꺼야…저소득층 맞춤대책 필요”
“더 급한불 꺼야…저소득층 맞춤대책 필요”
“‘희망고문’이 될까봐, 확실하게 잘라서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30일 금융위가 전날 안심전환대출(이하 안심대출)을 20조원 추가 공급하기로 하면서도, 제2금융권으로 대상을 확대하지는 않겠다고 발표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형평성 논란에 떠밀려 현실적으로 안 되는 일을 되게 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도 ‘선후’와 ‘경중’이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제2금융권 부채에 대해 먼저 손을 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우체국 등 제2금융권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5조237억원이다. 별도로 규모가 집계되지 않는 보험·카드사 등 기타 금융기관까지 합치면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100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365조원에 이르는 은행 대출보다 적기는 하지만, 대출자의 낮은 신용도나 높은 담보인정비율(LTV) 등을 고려하면 위험도는 더 크다는 평가다.
금융위는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제2금융권의 경우, 금리·담보여력·취급기관 등이 너무 다양해 통일된 전환상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 3000여곳의 금융회사들이 안심대출을 위한 전산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이들 회사를 상대로 안심대출 출시에 참여하라고 설득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제2금융권은 담보인정비율 85%(현재 은행권 기준은 70%)까지 대출이 나간 경우가 많은 탓에 엘티브이를 재산정하면 일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또 제2금융권 대출자 중에는 소득이 불안정한 이들이 많아 전환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안심대출의 제2금융권 확대가 어렵다고 본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안심대출의 상품 구조로는)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원금 상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채무 불이행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나 소득계층별 맞춤형 접근 없이 은행 가계대출의 구조 개선에만 초점을 둔 정책에 나서면서, 형평성 논란과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영무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전체의 평균적인 구조를 개선하는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소득 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안심대출 이후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2%대 고정금리의 안심대출 열풍 속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서민금융지원제도 강화가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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