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양재동 기아자동차 사옥에서 열린 기아차 제7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 김원준 사외이사(앞줄 오른쪽부터)와 새롭게 사외이사가 된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주주 반란’ 또다시 실패로 끝나
국민연금, 일부 사외이사 반대했지만
기아차 회사안 일사천리 통과
일동제약, 녹십자 이사 진입 봉쇄
최신원, SKC 등기임원 물러나
신격호 회장, 롯데쇼핑 이사 유지
국민연금, 일부 사외이사 반대했지만
기아차 회사안 일사천리 통과
일동제약, 녹십자 이사 진입 봉쇄
최신원, SKC 등기임원 물러나
신격호 회장, 롯데쇼핑 이사 유지
기아차와 에스케이·롯데·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등 400여개 상장사가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 20일 ‘2차 슈퍼주주총회’(1차 슈퍼주총은 지난 13일)에서도 주주의 반란은 힘을 얻지 못했다. ‘주주반란 표대결’로 이목을 끈 이날 여러 기업 주총에서 기관투자자 등 일부 주주들은 이사·감사 선임 등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으나, 회사 쪽 안건이 대체로 관철됐다.
이날 서울 양재동 기아차 사옥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주주총회에선 국민연금 등 일부 투자자들이 사외이사 재선임 건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다수 주주의 찬성으로 회사쪽 원안대로 관철됐다. 주총에는 기아차 지분 73.3%를 보유한 주주 1459명이 출석해 이사 선임 등 3개 안건을 회사가 제시한대로 3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기아차 지분 7.04%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은 기아차,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컨소시엄 사외이사들이 한전 터 매입 과정에서 경영진 감시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을 들어 김원준 사외이사 재선임 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사외이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국장을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13일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이우일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했으나 회사쪽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도 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현 경영진과 2대 주주(29.36%) 녹십자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진 일동제약 주총도 경영진의 승리로 끝났다. 일동제약은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주총을 열어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사외이사와 감사에도 현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들이 확정됐다. 녹십자는 주주제안을 통해 별도로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 등 사외이사·감사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 진입을 노렸으나, 다른 주주의 호응을 충분히 얻는 데 실패했다. 일동제약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의결권을 전달한 외국인 주주들(피델리티 포함)이 일동제약 추천인사에 100% 찬성을, 녹십자 추천 인사 쪽에는 100%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주총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올해 93세인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외에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11개 회사의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를 비롯해 기업 주총 안건 분석 전문업체 서스틴베스트 등이 “신 총괄회장이 그룹내 계열사 사내이사를 과다 겸직하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반대의견을 낼 것을 권고했으나, 주총에선 신 총괄회장의 재선임안이 통과됐다.
에스케이씨(SKC) 주주총회에서는 최신원(63) 회장과 그의 매제인 박장석(60) 부회장이 등기임원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현재 3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정기봉 사장의 1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수감중인 최태원(55)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 회장은 2000년부터 줄곧 에스케이씨 등기임원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이젠 미등기 임원으로 회장직만 수행하게 됐다. 박 부회장은 상근고문을 맡기로 했다. 최신원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데 대해 회사쪽은 “1인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신원 회장의 에스케이씨 지분율은 1.8%에 불과하며, 올초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의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한데 이어 지난 10~11일 에스케이씨 주식을 소량 매각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총에서 주식액면분할을 의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현금 배당을 주당 보통주 9000원, 우선주 905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이날 주총에서 무배당을 확정했다.
김미영 박현정 송경화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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