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가 엠비(MB)정권의 실세를 겨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임기와 거의 궤를 같이 했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시절 포스코 경영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검찰 수사가 방만한 투자의 배경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준양 전 회장은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간지 석달 만인 2009년 2월,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포스코 회장에 취임했다.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되면서 직접적 정부 지분이 없어졌지만 최고경영자 교체 시기에 번번이 정권 입김 논란이 불거졌다.
정 회장 역시 ‘엠비맨’ 딱지와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경쟁자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 이사후보추천위 표결을 앞두고 면접장에서 당시 정권 실세로 불리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박영준 국무차관이 ‘후보 사퇴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권오준 현 회장에게 자리를 넘기기까지 꼬박 5년의 임기를 수행하면서 방만 경영으로 포스코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켰다는 비판에 휘말려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엠비정권 실세에 줄을 댄 인사들이 각종 득실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들이 사정 기관과 언론사에 나도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업계의 덤핑 공세로 철강 업황 자체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정 회장 취임 당시 30여개였던 계열사가 70여개로 급증했다. 그 과정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투자가 많았다. 포스코가 2010년 3월에 인수한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은 플랜트 설비업체로 인수 직전인 2009년 부채 비율이 1613%에 이르렀고 키코 손실 폭풍까지 맞아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기업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포스코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전정도 회장에게서 3개월 평균주가인 8300원의 갑절에 이르는 1만6330원으로 지분을 사들여, 정권 입김에 따른 고가 매입 특혜 논란을 남겼다. 이밖에 삼창기업·엔케이스틸 등 정준양 체제가 인수한 많은 자회사들이 비슷한 논란에 휘말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준양 회장 시절의 포스코 투자 행태에 대해 ‘돈 잘 쓰는 큰 형님’이라는 비유까지 나왔다.
결국 권오준 회장 체제 출범 뒤 포스코는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5월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3년간 투자비를 직전 3년간 투자비의 절반 수준인 1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비철강 분야 자회사는 구조조정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6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20년 만에 처음으로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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