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금리 전망 따라 선택지 달라
더 내릴 것 같으면 변동금리 대출
지금이 바닥 생각되면 대출 신중
전문가들도 의견 팽팽히 맞서
올해 안 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
더 내릴 것 같으면 변동금리 대출
지금이 바닥 생각되면 대출 신중
전문가들도 의견 팽팽히 맞서
올해 안 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1%대로 내리면서 대출 수요자나 기존 대출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리가 또 내릴지, 아니면 오를지 전망하기가 더 어려워져, 대출을 받을지, 받는다면 어떤 방식의 대출을 선택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 추이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였던 연 2%로 인하할 때만 해도 기준금리가 하한선까지 왔고, 시장금리도 더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꽤 있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한은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또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채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만약 금리가 앞으로 더 인하되거나, 설사 내리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본다면, 대출자 처지에서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 대출 비율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24일 출시되는 2% 중·후반의 고정금리 안심전환대출도, 현재 3% 초반 수준인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유리하지만 앞으로 대출금리가 더 떨어진다면 갈아탈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또 금리 부담이 크지 않으므로 대출을 활용해 주택 구매에 나서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됐고 향후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면 변동금리 방식의 대출은 피해야 한다. 당장 낮은 이자 부담에 추가나 신규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소비를 늘리는 것도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향후 금리 전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와 물가 상황, 정부의 정책 방향,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과 속도, 해외 주요국의 경제 상황 등 다양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수밖에 없어 저금리 시대는 불가피하다”며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의 작은 등락은 있을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떨어지는 쪽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미국이 향후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시차를 두고 올릴 수 있어 금리 추가 하락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금 당장의 낮은 금리에 혹해서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부러질 수 있는 위험한 지렛대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더 인하될지 동결될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동결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가계부채 부담과 미국의 금리인상, 2분기 이후 경기 회복 가능성 등이 동결을 예상하는 주요 근거다.
다만 미국이 이르면 6월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채권시장에서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우리가 곧바로 따라서 인상해야 할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밝힌데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통화완화(금리인하나 양적완화 등 돈풀기 정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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