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로 내린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던 중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상 첫 ‘1% 금리시대’…한은, 기준금리 인하 배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내려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것은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경기 회복 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올해 1월 경제전망과는 달리 연초 경기 지표가 급락하고 저물가가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의 이날 결정에 대해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가계부채 급증, 집값 등 자산가격 상승,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월엔 “경기 부진하진 않을것”
이번엔 “하향 리스크 크다”
두달만에 ‘경기 판단’ 뒤집어
정부·여당 전방위 압박도 부담 ‘경기회복에 도움’ 기대 크지만
미 금리인상땐 자본유출 위험 ■ 한은, 경기 판단 바꾸고 ‘깜짝 기준금리 인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해 “경기 판단을 위해 1~2월 두 달 실적치와 일부 추가 지표를 점검한 결과, (향후 우리 경제의) 다운사이드(하향) 리스크가 크다고 확인했다”며 “내수 회복이 미흡해서 1월에 예상했던 흐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 만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초 경기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탓에 애초 한은이 예상했던 올해 경제 전망치(경제성장률 3.4%, 소비자물가 상승률 1.9%)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적인 통화완화(금리 인하와 돈풀기 정책) 경쟁이 격화하면서 유로화와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을 놓고 있다가는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실제 지난 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3.7% 감소해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소비와 투자 역시 각각 3.1%와 7.1%나 줄었다. 수출(통관 기준)은 1월과 2월 각각 0.7%와 3.4% 감소했고,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상 첫 마이너스(-0.06%)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 금융시장, 언론까지 나서 전방위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이는 한은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1일 “전세계적인 통화완화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며 한은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날 결정을 ‘깜짝 인하’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한 분명한 사전 신호를 주지 않아, 금융시장에서는 대체로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고 4월에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팎에선 한은이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을 때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4월에 기준금리를 내려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기보다는 한발 앞서 대응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은의 경제전망 능력과 통화정책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한은은 지난 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 3.9%에서 3.4%로 크게 낮추면서도, “올해 분기별 성장률이 1% 안팎을 기록하며,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판단을 바꾼 것이다.
■ “경기 회복에 도움 될 것” - “가계부채 급증 우려”
1%대 기준금리가 현실화하면서 과연 경기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을 통해 파급효과를 미치고 실물경제에도 시간을 두고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과 저물가 상황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보기 위해선 추가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금리 인하가 투자와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조합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금융 확대, 재정 조기 집행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몰아서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선 한은이 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고, 장기간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신뢰성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1%대 기준금리가 가계부채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풀린 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지 않는 자금 흐름 왜곡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고,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과 금융시장 혼란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미국은 제로금리 수준이어서 금리를 올려도 우리가 곧바로 따라서 인상해야 할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어서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이번엔 “하향 리스크 크다”
두달만에 ‘경기 판단’ 뒤집어
정부·여당 전방위 압박도 부담 ‘경기회복에 도움’ 기대 크지만
미 금리인상땐 자본유출 위험 ■ 한은, 경기 판단 바꾸고 ‘깜짝 기준금리 인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해 “경기 판단을 위해 1~2월 두 달 실적치와 일부 추가 지표를 점검한 결과, (향후 우리 경제의) 다운사이드(하향) 리스크가 크다고 확인했다”며 “내수 회복이 미흡해서 1월에 예상했던 흐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 만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초 경기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탓에 애초 한은이 예상했던 올해 경제 전망치(경제성장률 3.4%, 소비자물가 상승률 1.9%)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적인 통화완화(금리 인하와 돈풀기 정책) 경쟁이 격화하면서 유로화와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을 놓고 있다가는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화 추이
1%대 기준금리 시대, 뭐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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