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슈퍼 달러’의 귀환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우리 금융시장도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20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126.5원까지 올랐고, 201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도 사흘 연속 하락해 1980.83까지 밀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넘게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에 뿌려진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다시 회귀하는 국제적 자금 이동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대외변수에 특히 민감한 우리 경제도 자본 유출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과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실물 경제 타격 등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우리 경제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계부채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가중돼, 가계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내수 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201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급격한 조기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시장 금리가 급등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GDP)이 ‘쇼크’ 발생 시점으로부터 1년 동안 0.98% 포인트 하락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로 인한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환율 급등,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혼란 우려 탓에 선뜻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미국이 1년 동안 금리를 2%포인트 올릴 경우 1년 뒤 우리나라에서 약 94억~200억달러의 증권자금 순유출이 발생하고 3년 뒤엔 누적 순유출액이 최대 87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서 1차적으로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고 국내 자산가격이 떨어져 자본 유출이 다시 가속화되는 2차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다른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경우 전염효과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3차 효과도 가능하다고 연구원은 예상했다. 함준호 한은 금융통화위워은 최근 한 강연에서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해) 예상외로 자본유출이 확대될 위험에 신중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정성태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확대하고 있어, 유럽계 자금의 국내유입이 이뤄지면서 미국 금리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한국 국채 신인도와 자산가치 안정성 덕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고, 변동성이 높은 주식 투자자금은 최근 유입 폭이 적었던 만큼 유출 규모도 크지 않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금 유출 및 이에 따른 금리와 환율 상승 압력은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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