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현권 회장·박진도 이사장·김정열 사무총장·정상진 대표. 지역재단 제공
지역재단·한겨레 에세이 공모전
입상작 묶어 책 2권 출간
입상작 묶어 책 2권 출간
“농협(농업협동조합)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만 하는 곳인가요? 농협을 농업이라는 경제적·산업적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농민의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라는 시각에서 바라봤으면 합니다.” 경북 상주에 사는 농민으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까지 맡고 있는 김정열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지역재단(이사장 박진도)이 한겨레신문사와 함께 지난해 9월~11월 실시한 ‘한국농협, 길을 묻다’ 에세이 공모전 결과, 김씨를 비롯한 모두 37명의 글이 당선작으로 확정됐다. 심사를 통해 채택된 이들의 글은 <한국농협 길을 묻다>, <위기의 농협 길을 찾다> 등 2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지역재단은 새달 11일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농·축·수협 산림조합 전국 동시선거’를 앞두고 농협의 건전한 발전과 개혁을 위해 농민을 포함한 국민을 대상으로 에세이 공모전을 했다.
지난 12일 박진도 이사장의 초대로 입상자들이 재단 사무실에 모였다. 김씨는 ‘더불어 사는 삶, 그리고 농민협동조합’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 “여성농민에게 농협이란 농업협동조합이 아니라 농민협동조합으로 읽힌다”고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1년에 200여 가지의 농식품 꾸러미를 소비자에게 직접 보내고 있는 김씨는 “꾸러미와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몸으로 협동을 배운다. 협동조합이란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함께 수월하게 해나가는 것”이라며 “여성농민에게 협동조합이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함께 이루게 하는 공동체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민의 일상적 삶을 함께 풍요롭게 해주는 농협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정상진 충남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결정적 순간, 맞닥뜨린 농협’이란 글을 통해 지역농협이 ‘갑’으로 농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농협이 각종 농업인 우대를 위한 정책자금으로 오히려 지역의 농토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 농업인에게 농토는 곧 밑천이자 밥줄인데, 그것을 쥐고 있는 곳이 지역농협이다. 또 매년 마을 영농회를 통해 지급되는 영농자금은, 마을 이장이 곧 영농회장을 맡아 배분을 좌우하면서 지역사회의 아주 작지만 정치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것은, 지역농협이 지역농업인을 위해 존재하고, 지역농업 경제활동의 주체가 농협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김현권 경북 의성한우협회 회장은 ‘합동연설회로 그들만의 선거를 끝내자’라는 에세이에서 “조합장 선거는 4년마다 반복되지만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우선 등장인물이 극히 제한돼 있다”며 선거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후보자가 호별 방문을 통해 일일이 찾아가는 방식이 불법·금권선거의 원인이라면,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적으로 보장된 공간에 모여 출마한 후보들의 됨됨이와 정책공약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간담회, 토론회, 합동연설회 등을 대폭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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