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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빈 집 개조해 공동 주거공간으로…“하루 1만원이면 집이 생깁니다”

등록 2015-02-12 20:03수정 2015-02-12 22:31

[경제와 사람] 오셰어하우스 오정익 대표
“서울에서 하루 1만원으로 살 집 마련해줍니다!”

자취나 하숙을 하는 대학생, 원룸이나 고시텔에서 사는 싱글 직장인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말이다. 너무 비싼 전셋값과 월세에 허리가 휘는 서울에서 한달 30만원으로 집 문제가 해결된다니 말이다.

지인 2명과 함께 지난해 ‘오셰어하우스’(www.osharehouse.net)를 창업한 오정익(32) 대표는 요즘 셰어하우스 사업으로 분주하다. 지난해 11월 서울 이화여대 부근에 1호점을 낸 뒤 2·3호점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한국외국어대 부근에 2호점, 그리고 3월엔 다시 이대 부근에 3호점을 낼 예정이다. 셰어하우스란, 여러 사람이 한집에 살면서 방은 각자 따로 사용하되 거실·화장실·욕실 등은 공유하는 주거방식이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등장한 주거문화로, 최근 몇년 사이 한국에서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오 대표가 추구하는 셰어하우스는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학가 인근의 허름한 2~3층 건물이나 빈 여관·여인숙, 거의 방치돼 있는 낡은 빈집들을 물색해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리모델링해서 번듯한 집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러기 위해선 부동산을 찾아다녀야 하는 등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지난해 이대 근처에 ‘1호점’
거실·화장실·욕실 등은 공유
이달중 외대쪽에 2호점 예정

“기존 원룸 등은 골방 분위기
소통·협력하는 문화 만들어”

지하철 이대역 5번 출구 부근에 있는 1호점은, 옥탑방이 있는 2층짜리 낡은 건물을 보증금 7000만원, 월세 20만원에 임대해 리모델링한 것이다. 리모델링 비용으로 2700만원이 들었다. 현재 20~26살 11명(1층 남자 6명, 2층 여자 5명)이 입주해 있다. 오씨도 여기에 같이 산다. 옥탑방은 공용 드레스룸으로 쓰인다. 보증금은 두달치 월세인 60만원 정도이고, 월세는 30만원가량씩을 낸다.

오정익 오셰어하우스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이화여대 앞 커피숍에서 한 인터뷰에서 “올해 10호점까지 내겠다”는 등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오정익 오셰어하우스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이화여대 앞 커피숍에서 한 인터뷰에서 “올해 10호점까지 내겠다”는 등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지난해 봄부터 실험적으로 셰어하우스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청년들의 수요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1만원, 월 3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3명이 뭉치게 된 겁니다.” 대구 출신으로 2002학번인 오씨는 서울에서 하숙하면서 대학생활(전자컴퓨터공학부)을 했으나 취업난 때문에 공무원시험 준비를 했다. 당시 하숙비(한남동 2인실)는 40만원이 넘었다. 그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 그만두기로 결심했고, 오랜 방황과 도전 끝에 셰어하우스로 인생의 활로를 찾았다”고 말했다.

3명의 공동 창업자가 하는 일이 각기 다르다. 3명 모두 대학을 중퇴한 사람들인데, 2000년 초반 ‘포스닥’을 창업해 관심을 끈 신철호(44)씨가 창업 초기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 노릇을 했다. 오셰어하우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신씨는 1·2호점을 내기까지 1억5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장성욱(35)씨는 주로 부동산 물건이나 경매 입찰을 담당한다. 온라인 홈페이지와 입주 운영 살림 담당은 오씨의 몫이다.

외대 부근 2호점 개점을 위해 2층짜리 옛 여관 건물을 보증금 1500만원(권리금 700만원 별도), 월 80만원에 임대했는데 건물 상태는 1호점보다 좋지 않았다. 리모델링 비용으로 2500만~2700만원이 들었다. 리모델링은 이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전문가 1명이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2호점은 온라인으로 입주신청(13명 모집)을 받고 있는데, 벌써 70명가량이 신청했다.

오씨는 “셰어하우스 사업모델은 ‘공유경제’에 속하는 것”이라며 “빈집이나 빈 여관 등을 리노베이션하는 것으로 경제적으로 죽어 있는 것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셰어하우스가 단순히 주거비용 절감만이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셰어하우스는 멋지고 재밌는 집입니다. 기존 원룸이나 자취방은 멋지지 않고, 재밌지도 않아요. 골방 분위기죠. 주거수준을 높이고 살아가는 문화를 다양하게 하는 것, 공동체 생활 경험을 늘리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그런 주거문화를 만들자는 겁니다. 원룸 이후의 새로운 주거양식으로 인정받게 하자는 것이죠.” 그의 올해 목표는 10호점까지 내는 것이다.

창업자 처지에서도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한다. 오씨는 “한 집당 10명이 입주한다고 치면 300만원의 월 수입이 발생한다”며 “1·2호점을 내기까지 1억5000만원 정도의 돈이 들었지만 5호점까지 내면 1500만원 정도의 임대료 수입이 발생해 건물 임대료, 관리비, 재투자금 등을 제외하면 공동 창업자들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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