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분 7.8%로 최대주주
현대차도 총수 일가보다 많아
지난해엔 226건 반대의사 표시
배당결정 등 일부 직접관여 가능
“의결권 방향 사전공개” 목소리도
기업들은 ‘과도한 경영간섭’ 경계
현대차도 총수 일가보다 많아
지난해엔 226건 반대의사 표시
배당결정 등 일부 직접관여 가능
“의결권 방향 사전공개” 목소리도
기업들은 ‘과도한 경영간섭’ 경계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기가 다가오며 이들 기업 지분 상당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부터 기업의 배당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국민연금이 주주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또한 넓어졌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과도한 경영간섭을 할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국민연금이 주주권리와 기업 경영진 견제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11일 기업경영성과평가 누리집 시이오(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30대 그룹 상장회사 107곳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4개 기업에서 대주주(오너) 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4.7%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가진 지분은 5.2% 정도였지만, 국민연금은 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대주주의 우호지분이 될 수 있는 계열사 소유 주식 등이 포함되지 않은만큼 단순히 이 지분만을 비교해 국민연금 영향력이 대주주 일가에 비해 크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이 정도 지분이면 상당한 규모인만큼, 의결권을 통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됐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 동안 국민연금은 점점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상반기 주총에서 행사한 안건 2813건 중 8%에 해당하는 226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같은 기간 민간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비중이 1.4%였던 것에 견줘보면 기업이 내건 안건에 대해 적지 않은 반대의견을 표시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이사선임,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등 주총 안건과 관련해 어떤 경우에 찬성과 반대를 할 수 있는지,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여기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한다.
단순히 주총에서의 찬반의견 표시를 떠나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 일부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연기금의 경우 ‘경영참여 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회사의 경영내용인 배당결정 등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주주총회 전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을 더 활발히 공개 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주주총회 개최 뒤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필요에 따라 주주총회 전에 의결권전문위원회가 결정한 의결권 행사 방침을 공개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실제로 사전 공개가 이뤄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전에 의결권 방향을 활발히 공개하게 되면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참고해 주총에 나설 수 있다. 주주들이 국민연금의 방향에 따라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과도한 주주권 행사와 경영관여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의 장기가치보다 단기적인 투자 수익 챙기기에 몰두할 경우 기업의 부실을 부르게 된다”며 “국민연금은 결국 정부에 속해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관치’ 논란 역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여러번 검토된 공개된 지침을 따르고 있고, 의결권 행사 이후에도 공시가 이뤄지는만큼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가 이뤄지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와 개인들의 의결권 행사가 미약한 국내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리와 기업 경영진 견제를 위해 먼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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