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3년간 전자부품업체 ‘인기텍’을 운영해온 박승자 대표는 거래처만 믿고 무리하게 공장에 투자했다가 거래처가 부도나면서 큰 손해를 봤다. 공장은 팔리지 않았고, 16억원의 빚더미를 떠안게 됐다.

모든 재산이 압류되어 막막할 때 노란우산공제금은 박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됐다. 2007년 9월부터 매월 25만원씩 납입했던 공제금을 폐업신고를 통해 2011년 8월에 일시금으로 지급받았다. 총 1110만원을 납입해 이자를 포함해 돌려받은 금액이 1206만원이었다. 일종의 보험상품인 공제금은 압류가 금지돼 있어 생활비로 쓸 수 있었고, 재기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공제가 출범 7년5개월 만에 누적가입자 50만명, 누적부금액 3조원을 돌파했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는 2007년 첫해 가입자가 4000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 5만명, 2012년 20만명, 2014년 40만명을 거쳐 지난달 50만명을 넘어섰으며 2월2일 현재 50만2752명에 이른다. 전체 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체 326만곳(2012년 기준)의 15.3%가 가입한 셈이다.

노란우산공제 제도는 소기업·소상공인의 폐업과 노령 등 생계 위협에 대비한 생활 안정과 사업 재기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2007년 9월 도입됐다. 만기일까지 납부해야 하는 일반적인 보험상품과 달리 폐업 때 공제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고, 지급받는 공제금에 대해서는 압류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연복리 이자율을 적용하는 덕에 목돈 마련에 유리하고,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노후 대비 기능을 겸하고 있어 공제 가입자는 60살에 이르면(10년 이상 납부) 폐업하지 않아도 공제금을 수령할 수 있다. 가입 뒤 2년간 상해보험도 무료로 지원한다. 지금까지 폐업·사망·노령 등의 공제 사유로 공제금을 타간 가입자는 4만7100명으로 지급된 공제금은 총 2440억원이다.

정부는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생계 유지와 재도전 여건 마련을 위해 2017년까지 공제금 운용 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중앙회는 “2016년 공제 가입자부터 공제금이 세법상 퇴직금으로 인정되어 퇴직소득세가 적용될 예정이라 중장기 가입자의 세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폐업·노후 대비 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